정부는 2011년 이후 15년 만에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승용차 5부제를 25일 시행했다. 4회 이상 상습 위반자는 징계(懲戒)가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라" "노인 대중교통 무료, 출퇴근 시간엔 제한 연구해 보라"고 한 만큼, 조만간 민간 부문의 자동차 운행 제한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1991년 걸프전 이후 35년 만이다. 정부는 또 국내 석유 사용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50개 기업에는 절감 계획을 요구할 방침이다.
국민적 불편(不便)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번 조치로 절약되는 석유는 국내 하루 소비량의 0.1% 수준인 3천 배럴 정도다. 미-이란 전쟁에 따른 원유 대란으로 빚어진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절감 규모 자체보다 민간의 자발적 절약을 유도하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강제적 차량 운행 제한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조만간 도입할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 석유 최고가격제를 실시해 석유를 마음 놓고 쓸 수 있도록 한 것은 근시안적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정부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줄이기 위해 5월 중순까지 정비 중인 원전 5기를 재가동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탈원전(脫原電) 정책에 발목 잡힌 원전 5기가 놀고 있다. 미국(60년, 80년), 프랑스(60년), 일본(60년+α) 등은 원전 운전을 연장하는데, 유독 한국만 40년 만에 원전을 폐쇄하려고 고집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정부가 에너지 대란(大亂)을 자초하는 셈이다.
일본 다카이치 정부는 중앙아시아·남미·캐나다·미국 등지에서 그동안 원유 확보를 위한 노력에 성과를 거두고 26일부터 비축유(備蓄油)를 방출, 차량 운행 제한 없이 위기를 넘기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이날 뒤늦게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TF(태스크포스)를 본격 가동한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가 제 역할(役割)을 제대로 해야만 민간의 자발적 에너지 절약 노력도 보람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