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마디에 웃고 울고"…대구 집값, '원정 매수' 뒤 하락 전환

입력 2026-03-25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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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대책 후 서울 투자 몰리며 거래 급증…달서구 집중 매수
'다주택자 압박' 이후 가격지수 하락…지방 시장 롤러코스터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대구 도심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대구 도심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 부동산 시장이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급등과 하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직후 서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반등했다가, 이재명 정부의 다주택자 압박 이후 다시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25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거주자의 대구 아파트 매입은 지난해 10월 22건에서 11월 244건으로 급증했다. 규제 직후 한 달 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12월에도 56건을 기록했고, 올해 1월에도 두 자릿수 거래가 이어지며 대책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전년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2024년 같은 기간 서울 거주자의 대구 아파트 매입은 월 20~40건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244건으로 급증한 것은 단기 변동을 넘어 시장 구조 변화로 해석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자금은 대구 전역이 아닌 특정 지역에 몰렸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거주자의 달서구 아파트 매입은 227건으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지역의 대표적 상급지인 수성구는 같은 기간 9건에 그치며 유입이 제한적이었다.

수성구의 심정숙 미소공인중개사 대표는 "얼마 전 범어동 한 단지에 서울 사람 여럿이 집을 보러 왔었다. 하지만 만촌·범어 등은 비수도권임에도 가격대가 있어 투자 목적 매입에는 부담이 있다"며 "달서구 쪽은 기존 매물보다 미분양 물건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조건이 괜찮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미분양 할인 물량은 진입 장벽이 낮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외지 자금 유입은 지역 내 거래량 증가로 이어졌다. 대구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 10월 2천452건에서 11월 2천841건, 12월 2천791건으로 늘었다. 서울 투자 수요가 시장을 떠받친 구조다.

그러나 올 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부동산원 매매거래가격지수는 1월 첫째 주 100.14에서 이달 셋째 주 99.86으로 내려앉으며 두 달여 만에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 주간 변동률은 이달 둘째 주 -0.03%에서 셋째 주 -0.04%로 낙폭이 커졌다. 서구와 남구는 하락 폭이 확대됐고, 동구는 일시적 상승 이후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는 등 지역별 약세 흐름이 이어졌다.

이 같은 변화는 정부의 강경한 부동산 규제 기조와 맞물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하며 "버티는 게 손해인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부동산 투기를 방치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강한 규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최근 정부는 다주택자 보유 부담을 높이는 방향의 정책을 검토 중이다. 대출 규제 강화, 세제 혜택 축소, 보유세 개편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수도권 투자 수요 억제 신호로 해석한다.

그럼에도 지방 부동산 시장이 이 같은 기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수도권 규제 이후 지방으로 이동했던 자금이 다시 위축 조짐을 보이면서 대구 부동산 시장은 단기간 급등과 하락을 반복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될수록 자금이 지방으로 분산되기보다 서울 핵심지로 쏠리는 구조가 강화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심화가 지방 투자 수요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정규 동아대 부동산대학원장은 "투자 수요는 정책 방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정책에 따라 자금이 이동하고, 다시 정책에 의해 위축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을 분리하지 않고 동일한 정책 신호만 보낸다면 가뜩이나 위축된 지방 시장의 불안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