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 전반 도미노 충격 확산
원사 일부 품목 벌써 재고 바닥…車 부품사 "납품 차질 생길라"
라면업계도 포장재 대란 우려…제품 가격 인상 압박 커질수도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흔들리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연쇄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자동차·섬유 등 제조업은 물론 포장재를 사용하는 식품·유통 산업까지 영향권에 들어섰다.
◆대구 섬유·자동차 부품 직격탄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 정세 불안과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로 나프타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에틸렌 생산이 위축되고 있다. 에틸렌은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 대부분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은 원료 확보 부담이 커지자 일부 제품에 대해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하거나 불가항력 가능성을 사전 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현재 차질 없이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간은 약 2주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나프타 공급 불안으로 에틸렌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당장 대구 섬유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중국의 원사·화학섬유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을 통보하면서 평균 가격이 30~40% 급등했고, 공급마저 불안정해지고 있다.
월 700~800t 수준의 폴리에스터 원사를 공동으로 구매해 약 500개 회원사와 일반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는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은 "현재는 기존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인기 품목은 이미 재고가 바닥난 상태"라며 "다음 달이 되면 판매 가능한 물량이 사실상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차량 내장재 대부분이 플라스틱 수지 기반으로 제작되는 만큼 ABS 등 주요 소재 공급이 흔들릴 경우 부품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구 지역은 중소·중견 협력사 비중이 높아 원료 확보 경쟁에서 밀릴 경우 납품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와 환율 상승, 물류비 증가 등이 겹치면서 기업 전반의 경영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며 "상황이 길어지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속적으로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업계 '비닐 봉지' 대란 오나
제품 용기·포장재를 만드는데 쓰는 플라스틱(PE, PP, PET) 원료인 나프타의 국내 생산·수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라면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신라면을 생산하는 업계 1위 농심의 경우 포장재 전담 계열사인 율촌화학을 통해 2~3개월치의 재고를 확보해 둔 상태다. 농심 구미공장 관계자는 "당장 생산에는 문제가 없지만 현재 매일 재고를 파악하며 일정량을 확보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삼양식품 역시 원자재 수급 부족으로 포장재 단가가 상승할 경우 불닭볶음면 등의 제품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포장재를 자체 생산하는 오리온도 원료 공급 불안정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다.
포장 원단(필름)을 제조하는 업계의 타격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나프타 수급 악화로 인해 국내 대형 필름 공장들의 폴리프로필렌(PP) 라인 가동률은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도레이, 효성, 코오롱 등 주요 원단 공급사들은 최근 기존 kg당 3천원 선이던 PET 필름 단가를 500원 인상한다는 공문을 고객사들에 발송했다.
◆정부 긴급 대응
중동 사태 장기화로 나프타 수급 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정유사 수출 물량을 내수로 돌리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23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나프타 공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정유사와 협의해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필요할 경우 '긴급 수급 조정' 명령 발동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국내 나프타 공급의 약 55%를 차지하는 정유사들과 협의해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릴 계획"이라며 "긴급수급조정 명령까지 발동하면 가동 중단 위기 시점을 4월 말이나 5월까지 충분히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