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현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대구시 인구는 2024년 기준 236만여 명으로 5년 전 대비 6만 명 이상 줄었고, 인구소멸 위험지수는 0.52로 '소멸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노인 인구 비중은 이미 20%를 넘어 초고령사회 기준을 초과했으며, 2024년 20대 인구 순유출 규모는 6천3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경북의 상황은 더 엄중하다. 경상북도 내 16개 시·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어 전남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멸위험지역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대구경북 지역이 2040년 전후로 지방소멸 고위험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한다.
이 숫자들이 경고하는 것은 단순한 인구통계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가 감소하면 학교가 문을 닫고, 병원이 철수하고, 지역 상권이 무너진다. 소비 기반이 위축되면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일자리가 사라지면 또다시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역 소멸은 결국 지역 경제 생태계 전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부는 2022년부터 인구감소지역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경상북도는 2025년 기준 기초지원계정으로 1천226억원을 지원받아 청년 유입을 위한 콤팩트시티 조성, 광역교통망 개선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에서 대구경북은 시범지역으로 선정되어 지자체 주도로 대학과 지역 발전 전략을 연계하는 새로운 체계를 구축 중이다. 각 지자체 나름의 분투이지만, 솔직히 말해 기금 투입과 이벤트성 사업만으로 수십 년에 걸쳐 굳어진 인구 유출 구조를 역전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
해외에는 주목할 만한 선례가 있다. 일본은 2014년 '마스다 레포트(지방소멸)' 발표 이후 범국가 차원에서 '지방창생(地方創生·Regional Revitalization)' 전략을 추진하며, 일자리 창생·사람 창생·마을 창생의 세 축으로 지방소멸에 대응해 왔다. 이 과정에서 지역 대학은 핵심 파트너로 기능했다. 일본의 지역 대학들은 인문사회계열 산학협력 사업을 주도하며 다양한 지역 주체들의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냈고, 대학이 경제, 문화, 교육 등 다방면에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능동적 주체로 탈바꿈했다. 특히 일본 총무성은 대학교수 등 전문가를 지역에 직접 파견하여 컨설팅을 제공하는 지역 재생 매니저·지역부흥협력대 사업을 추진했고, 2022년 기준 6천477명의 전문 인력이 전국 지방에서 활동하며 새로운 지역 활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사례가 대구경북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은 세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대학 교육과정이 지역 산업과 맞닿아야 한다. 경북의 이차전지·반도체, 대구의 스마트 제조업 등 전략 산업에 특화된 인재를 지역 대학이 책임지고 길러내야 한다. 졸업 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바꾸려면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그에 맞는 역량을 지역 대학이 공급해야 한다. 둘째, 대학이 지역 기업의 혁신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중소기업 중심의 대구경북 산업 구조상 개별 기업이 자체 R&D 역량을 갖추기는 어렵다. 대학의 연구 역량을 지역 기업 기술 혁신에 직접 연결하는 산학협력 플랫폼이 절실하며, 지자체는 그 브릿지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대학 캠퍼스를 지역사회의 거점 공간으로 개방해야 한다. 인구가 줄어든 지역에서 대학 시설은 주민에게 문화, 평생교육,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
경영학을 가르치는 필자의 눈으로 보면, 지금 대구경북에 필요한 것은 지자체와 대학이 '전략적 동반자'로서 공동의 목표와 성과 지표를 설정하고 책임을 함께 지는 거버넌스 구조다. 일회성 협약이나 서류상 파트너십이 아니라, 지역의 생사를 함께 논하는 실질적 연대여야 한다. 특히 청년 정주, 산업 혁신, 지역 인재 양성이라는 핵심 과제를 함께 설계하고 실행하는 협력체계가 절실하다. 지방소멸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아니다. 지자체의 정책 의지와 대학의 혁신 역량이 맞닿을 때, 비로소 지역은 스스로 재생하는 힘을 얻는다. 대구경북의 시계는 지금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함께 뛰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