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열풍, 유행 넘어 '세계 미식 표준'으로…정부, 수라학교로 한식 인재 키운다

입력 2026-03-05 10:00:00 수정 2026-03-05 11: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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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글로벌 한식 교육기관 '수라학교' 추진…하반기 시범 출범, 내년 정부 주도 설립
미국 CIA·이탈리아 알마에 한식 과정 개설 추진…외국인 비자 요건 완화도 협의 중

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 제10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 제10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글로벌 한식 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글로벌 한식 교육기관인 '수라학교'를 올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정경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이 수라학교 운영 방안을 브리핑하는 모습. 2026.3.4. 홍준표 기자

'K-푸드' 열풍을 일시적 유행이 아닌 세계 미식 트렌드로 굳히기 위해 정부가 한식 전문 인재 양성에 본격 착수했다. 이탈리아가 정부 주도로 미식과학대학을 세워 자국 식문화를 전파한 것처럼 한국도 국가 차원에서 한식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구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 제10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글로벌 한식 교육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글로벌 한식 교육기관인 '수라학교'를 올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최근 2~3년 사이 외국에 한식당 수가 급증하고 K-푸드 수출이 확대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문 셰프와 산업 인력 양성 체계가 미흡하다는 업계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수라학교는 두 갈래로 운영된다. 올해는 시범 사업 성격의 민관 협력형 수라학교를 출범시킨다. 대학·기업 공모를 통해 지정된 민간 기관이 정부가 개발한 표준 커리큘럼으로 한식 기초부터 조리 실습·식재료 이해·경영까지 산업 전 주기 실무 교육을 제공한다. 교육 기간은 3개월부터 1년까지 다양한 과정을 검토 중이다. 국내 유명 한식당과 연계한 인턴십도 포함된다.

올해는 별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기존 한식 인력 양성 사업 예산을 활용한다. 정부는 민간 인프라로 운영 경험을 축적한 뒤, 내년에 정부 주도의 프리미엄 수라학교를 별도 설립한다는 구상이다.

프리미엄 수라학교는 접근성이 높은 대도시에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을 조성하고, 스타 셰프·식품명인을 초빙해 20~30명 소수 정예 교육을 제공한다. 1대1 멘토링, 시그니처 메뉴 전수, 양조장·사찰 등 지역 거점 한식 기관과의 현장 실습을 결합한 심화 과정이다.

정경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미국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요리학교나 프랑스 르꼬르동블루처럼 한식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처음에는 이탈리아 미식과학대학·ICIF 모델처럼 정부 인프라를 기반으로 시작해 점차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대상은 외국인을 중심으로 하되 국내 '영(Young) 셰프'에게도 문을 연다. 정 정책관은 "처음 구상은 외국인 대상이었지만 한국 젊은 셰프들에게도 한식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현장 지적이 많았다"며 "주력은 글로벌 인재 양성이지만 국적을 엄격히 구분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수료자에게는 정부 인증 수료증을 발급해 교육기관의 공신력을 높인다.

해외 공략도 병행한다. 미국 CIA, 이탈리아 알마 등 세계적인 요리학교에 한식 과정을 개설해 잠재 수요를 선점하고 이를 국내 수라학교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든다. 정 정책관은 "CIA 학생의 약 80%가 한식 과정을 배우고 싶다는 설문 결과가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외공관·해외 한국문화원을 통한 홍보와 교육생 모집도 함께 추진한다.

외국인 교육생 유치를 위한 비자 장벽도 낮춘다. 현행 한식 조리 연수 비자(D-4-5)는 조리 경력 3년 이상·한국어 능력 등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활용이 거의 없는 상태다. 정부는 정부 인증 수라학교 참여 외국인에 한해 이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 중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올해는 시범 단계로 참여 기관 수와 구체적 사업비가 확정되지 않았다. 과거 전북 전주에서 운영되다 학생 감소로 문을 닫은 한식 조리학교 사례도 부담이다. 단기 열풍에 기대는 사업이 될 경우 재정 부담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 정책관은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며 "초기에는 정부 인프라를 활용해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