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는 '한국'…호르무즈 봉쇄 직전 탈출한 '이 유조선' 정체

입력 2026-03-03 18:44:12 수정 2026-03-03 19: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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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m·30만톤급 선박, 대산항 입항 예정
이란 강경 경고 직전 통과…국내 하루 소비량 맞먹는 물량

초대형 유조선
초대형 유조선 '이글 벨로어호'의 이동 경로. '마린트래픽' 화면 갈무리

이란이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며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봉쇄 직전 해협을 빠져나온 초대형 유조선의 최종 목적지가 한국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시간 2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고위 관계자는 "석유 단 한 방울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강경 대응을 경고했다. 앞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 하면 모두 불태워버리겠다"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국제 유가와 에너지 시장이 출렁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JTBC 보도에 따르면 초대형 유조선 '이글 벨로어(EAGLE VELLORE)'호가 봉쇄 선언 직전 가까스로 해협을 통과했다. 더 주목되는 점은 이 선박의 목적지가 충남 서산 대산항, 즉 한국이라는 사실이다.

이글 벨로어호는 지난달 26일 이라크 남부 알바스라 항을 출항해 28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이 시작되며 이란이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초대형 유조선이 통과할 수 있는 항로는 대부분 이란 영해에 포함돼 있어 자칫 발이 묶일 가능성도 있었던 상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봉쇄 직전 속력을 높여 해협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반면 일부 유조선은 현재 아라비아만과 이라크 인근 해역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글 벨로어호 뿐만 아니라 '베리럭키 (VERY LUCKY)'호라는 이름의 초대형 유조선 한 척도 지난 26일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히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글 벨로어호는 길이 336m, 30만 톤급 초대형 유조선으로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하루 원유 소비량에 근접한 규모다. 선박은 HD현대오일뱅크가 원유 수송을 위해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원유는 충남 대산항에 하역돼 인근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정제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대산단지는 국내 3대 석유화학 클러스터 중 하나로, 휘발유·경유·항공유·나프타 등을 생산한다.

이글 벨로어호의 현재 항해 속도는 약 11노트(시속 약 20km) 수준이며 오는 20일 오전 대산항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한국행 원유 수송선이 무사히 항로를 벗어났다는 점은 국내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인근해에 우리나라 선박 40척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수산부는 3일 오전 7시 기준 호르무즈 인근 해역에는 우리나라 선박 총 40척이 있고, 40척 중 호르무즈 해협 내측(페르시아만)에는 26척이 위치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선박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협에 머무는 국적 선박이 모두 국내로 향하는 화물을 운송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는 해외 간 화물을 수송하는 선박으로 실제 한국 입항을 앞둔 선박은 극히 일부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