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70%·LNG 20% 중동 의존 '에너지 안보' 비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현실적 변수로 떠올랐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가 흔들릴 경우 한국 산업과 경제 전반에 복합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봉쇄 장기화 우려↑
산업통상부는 2일 현재 호르무즈 해협이 공식 봉쇄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우리 선박의 운항에도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협 인근에서 민간 선박이 공격을 받았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운항 기피와 보험료 인상 등 간접 충격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장기간 차질을 빚을 경우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단기 대응 여력도 존재한다. 한국은 현재 전국 9개 전략비축기지에 1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확보하고 있으며 LNG도 약 52일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봉쇄 초기 단계에서 즉각적인 공급 공백을 흡수할 수 있는 체력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분쟁이 단기적으로 그칠 경우 일정 기간은 버틸 수 있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사태 장기화다. 국제 해운이 호르무즈 해협 접근을 기피하거나 부분 봉쇄가 이어질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 급등은 석유화학·항공·해운 업종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너지 충격은 산업 비용 상승을 넘어 실생활에도 직결된다. 원유와 천연가스가 국내 에너지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에서 LNG 수입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발전용 연료 확보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일부 해외 전문가는 해협 통항이 장기간 막히면 전력 공급 유지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장 가동 차질은 물론 가정용 전력 안정성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 외적 변수도 존재한다. 중동 지역에는 약 1만7천800여 명의 우리 국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연간 방문객은 29만5천명에 달한다. 중동 각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교민과 여행객 안전 확보가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부상한다. 물류와 에너지 대응과 함께 인명 보호 차원의 외교·안전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복합 경제위기'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봉합되기 어렵다고 본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체제를 대체할 이란 내 세력이 마땅치 않아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지정학적 충격은 이미 진행 중인 다른 악재와 맞물려 파급력을 키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글로벌 관세 갈등과 보호무역 강화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며 이른바 '복합 위기' 양상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환율 변동성과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면 기업들은 단순 원가 상승을 넘어 투자 지연과 자금 조달 부담 증가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사태가 장기화되면 세계 경제 둔화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라며 "업종별로 자동차의 경우 유럽연합(EU)과 중동 지역으로 많이 수출되고 있어 운송 부담과 운송비 인상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기업들은 물류 차질에 대비해 바이어 측에 불가피한 지연 가능성을 미리 통보하고, 복수의 노선을 고려하는 등 물류 관련 변수를 고려해 계약 조건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범부처 긴급 점검 회의를 통해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비축유 방출과 대체 물량 도입 등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