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천피' 고지 눈앞…증시 곳곳서 과열 신호

입력 2026-02-24 13: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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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차잔고 150兆·신용거래융자도 사상 최고치
외국인 9조원 넘게 순매도…코스피 차익실현 중
증권가도 단기 과열 우려…"밸류에이션 부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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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피 시대가 열린 지 한 달여 만에 코스피 지수가 6000포인트를 목전에 두고 있다. 증권가에선 추가 상승을 점치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시장 곳곳에선 과열 신호가 켜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11.90% 상승했다. 코스피는 지난달 22일 역사적인 5000포인트를 달성한 뒤 빠르게 6000포인트에 근접했다. 이날 오전 10시53분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2% 상승한 5911.31포인트에 거래 중이다.

증시가 단기간에 거침 없이 상승하자 증시의 과열 정도를 가늠하는 각종 지표들도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1조6384억원으로, 지난달 말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한 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개인투자자의 빚투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지표로 꼽힌다. 이는 지수 상승기에 거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투자자예탁금 역시 급증세하고 있다. 지난달 말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예탁금 규모는 20일 기준 104조1291억원 수준까지 늘었다. 지난해 2월 2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4조6224억원으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그 규모가 늘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자금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증시의 대차거래 잔액은 148조4755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일주일 만에 6조5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연말 기준 111조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달도 되지 않아 40조원 가까이 늘었다.

공매도 대기자금인 대차거래는 외국인·기관 등 투자자가 공매도나 헤지 목적 등으로 일정한 수수료를 내고 주식을 빌리는 행위다.

공매도 순보유잔고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 잔고 금액은 14조715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달 초 14조원을 돌파한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4조원 수준이던 지난해 3월 공매도 전면 재개 직후와 비교하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빌린 주식을 매도한 뒤 아직 되갚지 않은 물량으로, 해당 수치가 늘어나는 건 향후 주가 하락에 베팅한 시장 참여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증시 '큰손'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도 거세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10조2668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매도액의 두 배에 달한다.

특히 외국인의 매도는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투톱에 쏠렸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0조7051억원, SK하이닉스를 5조9386억원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과열 신호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빠르게 상승해온 만큼 밸류에이션 면에서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PBR(주가순자산비율)은 2배에 접근 중인데 1990년대 초, 2000년대 초, 2007∼2008년 이후 처음"이라며 "저평가가 해소됐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상승에 한계가 드러날 시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허 연구원은 "이제는 점차 기업들의 수익성과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동시에 고려할 시점"이라며 "반도체·조선은 수익성은 높지만 자산 가치 기준 밸류에이션은 크게 싸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과거 동학개미 국면(2020~2021년)이나 펀드 열풍기(2005~2008년)에는 주가를 크게 능가하는 자금 유입 이후 조정으로 이어졌다는 점에 비춰 이번에도 투자심리가 달아오르는 초기 신호가 관측되고 있다.

허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펀드 기준) 국내 주식형 자금 유입 증가율(전년 대비 132%)이 코스피 상승률(117%)을 앞서기 시작했다. 그는 "과거 주가 상승 속도보다 예탁금 증가 속도가 가팔랐던 경우가 있었는데 바로 2021년"이라며 "주가가 오르면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유동성이 들어오는 속도가 더 가팔라지는 경우라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시설 투자 가속화가 소비 감소와 물가 상승 등을 이끌 수 있다며 올해 상반기 코스피 하단 전망치를 낮춘 분석도 나온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퍼스케일러(AI 설비 운용사)들의 AI 시설 투자가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고용이 줄며 소비가 감소하면서 미국 크레딧 스프레드(국채와 신용채권 금리차)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코스피 하단을 기존 4500포인트에서 4300포인트로 하향했다.

다만 과열 우려에도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코스피 목표치를 7300으로 높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밴드 상단을 기존 5650에서 7250으로 대폭 올렸고, 하나증권도 코스피 지수 상단을 7900까지 높여 잡았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7500, 씨티그룹은 7000으로 상향했다.

키움증권은 이날 올해 연간 코스피 예상 상단을 7300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6000 돌파는 여부가 아닌 시간 문제로 변해가고 있다"며 "연초 이후 코스피는 과거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