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AI 로봇 수도' 우려 커지는 대구…전략 재정비 필요

입력 2026-02-23 16: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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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실증도시 광주 선정·앵커기관 부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통령과 함께하는 대구 타운홀 미팅'에서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과 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매일신문DB

현대자동차그룹이 전북 새만금에 10조원 규모의 미래 신산업 투자를 추진하면서 'AI 로봇 수도'를 표방해온 대구의 위상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지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미래 산업 전략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핵심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라 타 지역으로 향하자 소외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새만금 10조 투자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이번 주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 부처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정부와 함께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10조원 안팎으로 알려졌으며 인공지능(AI), 수소, 로봇 등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미래 신산업을 새만금에 집적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이번 발표는 오는 27일 전북에서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이 한자리에서 지역의 미래 산업 전략을 공식화하는 상징적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CES 2026에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로봇과 AI를 결합한 차세대 모빌리티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생산·연구 인프라를 새만금에 집중 배치할 경우 산업 생태계의 무게중심이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정부의 로봇 관련 메시지는 대구를 향해 있었다.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구를 'AI 로봇 수도'로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배기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AI 로봇 수도로서 대구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며 "올해부터 2030년까지 약 3천200억원을 투자해 초격차 기술 확보, 산업 생태계 구축, 상용화 인프라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배 장관은 "대구는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로봇 산업 클러스터와 디지털 혁신 거점을 조성하는 등 지난 10여 년 동안 로봇과 AI 산업의 기초를 충실히 닦아왔다"며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로보틱스'를 포함해 약 250여 개의 로봇 관련 기업이 있는 비수도권 최대의 로봇 산업 거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구는 구미 등 인근 산업 단지와의 연결성이 뛰어나며 소프트웨어 기업 집적 단지인 '수성알파시티'가 있어 로봇과 AI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강조했다.

◆무늬만 '특구'로 전락한 대구

그러나 정책의 구체적 실행 단계에서 대구가 핵심 사업을 따내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 국내 최초로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 실증공간으로 지정하는 '자율주행 실증도시' 사업 대상지로 광주시를 선정했다.

이날 자율주행에 관한 국가적 로드맵을 담은 '자율주행 실증도시 추진방안'을 발표한 국토부는 광주 전역을 하나의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해 출근길 도로와 주택가, 도심과 야간 환경까지 포함한 대규모 실도로 실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도시 단위 전체를 실증공간으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광주를 선택한 배경으로 도농 복합 구조, 다양한 도로 환경, 국가 AI 데이터센터와의 연계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실제로 광주는 국가 AI 데이터센터의 GPU 인프라와 연계해 대규모 자율주행 AI 학습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됐다.

반면 대구는 그동안 미래차·모빌리티 산업 육성 기조와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운영 경험을 강조해 왔지만, 도시 단위 실증도시 지정이라는 정부의 핵심 사업에서는 제외됐다. 지역 내에서는 AI·미래차 전략과 중앙정부 정책 연계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대규모 국책 사업 유치를 위한 전략 재정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정책연구원은 대구만의 미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 전략을 강조한다. 국립대구AI종합연구센터 설립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구 이전이라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양호 전 대구정책연구원장은 "대구를 AI 로봇 수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핵심 앵커기관의 설립과 이전이 필요하다"며 "나아가 카카오, 네이버, 삼성그룹 등 주요 기업의 계열사 일부를 제2본사 형태로 대구에 유치해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