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의 푸른 사자들]③ '우승 위해 힘 모으는 구자욱과 원태인…불펜의 버팀목 이승현, 이승민, 장찬희

입력 2026-02-21 00: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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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 큰 원태인, 부상으로 WBC 대표팀 낙마
삼성 복귀 후 몸과 마음 추스르며 우승 각오
구자욱, "삼성에도 손실, 빠른 회복 기원해"
전천후 불펜 맡을 이승현, 이승민, 장찬희

삼성 라이온즈의 구자욱이 지난 20일 WBC 대표팀과 함께 삼성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을 찾아 연습 경기를 치른 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구자욱이 지난 20일 WBC 대표팀과 함께 삼성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을 찾아 연습 경기를 치른 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채정민 기자

당장은 떨어져 있으나 마음은 하나다. 삼성 라이온즈 투타의 핵 원태인(25)과 구자욱(33)의 목표는 같다. 2026시즌 프로야구 정상에 서는 것이다. 이승현(34), 이승민(25), 장찬희(18) 등 불펜 자원들도 삼성의 대권 행보에 힘을 싣는다.

◆WBC 대표팀서 엇갈린 희비

구자욱과 원태인의 인연은 깊고 길다. 대구 출신에다 경복중 동문. 원민구 전 경복중 야구부 감독은 구자욱과 원태인의 옛 스승이다. 원 전 감독은 원태인의 아버지기도 하다. 출신 고교는 대구고와 경북고로 다르다. 하지만 차례로 삼성에 입단, 한솥밥을 먹게 됐다.

삼성 라이온즈의 원태인이 지난 20일 삼성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 온나손의 아카마 구장에서 WBC 대표팀과 삼성의 연습 경기가 열리기 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원태인이 지난 20일 삼성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 온나손의 아카마 구장에서 WBC 대표팀과 삼성의 연습 경기가 열리기 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채정민 기자

지금은 각 구단마다 해외 전지훈련(스프링캠프)에 한창이다. 하지만 둘은 다른 곳에서 담금질 중이다. 원태인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다. 구자욱은 한국 야구 대표팀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3월 열리는 야구 국가 대항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설 팀이다.

애초 원태인은 구자욱과 함께 대표팀에 승선했다. 팔꿈치 굴곡근 부상으로 낙마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부진했던 대표팀에겐 날벼락. 원태인도 충격이 컸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원태인에겐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비상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구자욱이 지난 20일 WBC 대표팀과 함께 삼성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을 찾아 연습 경기를 치른 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채정민 기자

입을 닫았다. 한동안 언론도 피했다. 대표팀과의 연습 경기가 있는 20일 삼성 유니폼을 입은 채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표팀에서 낙마한 선수가 주목받는 것이 대표팀에 민폐라 생각했다. 도움이 되지 못했다. 대표팀에 정말 죄송한 마음 뿐이다"고 했다.

안간힘을 썼다. 주사 치료도 받았다. 하지만 통증이 가시지 않았고, 결국 뜻을 접어야 했다. 원태인은 "통증을 참고 WBC에서 뛴 뒤 쉬는 건 대표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삼성에도 민폐"라며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낙마 후 하루도 편히 잔 날이 없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원태인이 삼성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구자욱이 지난 20일 WBC 대표팀과 함께 삼성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을 찾아 연습 경기를 치른 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채정민 기자

삼성에서도, 대표팀에서도 구자욱은 타선의 중심. 그도 아끼는 후배 원태인의 상황이 안타깝다. 얼마나 원했던 무대인지 잘 알기 때문에 더 그렇다. 홀로 대표팀에 남은 구자욱은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 그가 아프면 대표팀뿐 아니라 삼성에게도 큰 손실"이라고 했다.

삼성 팬들 덕분에 늘 힘이 난다는 게 구자욱의 말. 원태인도 마찬가지다. 둘은 팬들과 함께 이번 시즌 우승에 도전한다. 원태인은 "삼성 팬들이 가장 많이 걱정해주셨을 거다. 죄송하다.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던질 수 있는 상태로 꼭 돌아가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현.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원태인이 삼성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채정민 기자

◆승리의 밑거름, 전천후 불펜

프로야구 한 시즌은 장기 레이스다. 팀당 144경기를 치른다. 약 6개월에 걸쳐 한 주에 6경기씩 소화하는 게 기본적인 일정. 선수층이 두터워야 버틴다고 하는 이유다. 특히 등판이 잦은 불펜은 더하다. 빛나진 않아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투수가 소중하다.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민.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현. 채정민 기자

불펜의 핵은 마무리 투수. 경기를 매조지는 만큼 주목받는다. '셋업맨'은 보통 8회에 나와 1이닝을 막고 마무리에게 마운드를 넘기는 보직. '불펜 필승조'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마무리, 필승조가 늘 나올 순 없다. 나머지 불펜 요원들이 빈틈을 끊임없이 메워줘야 한다.

삼성엔 이승현이 둘이다. 구분하기 쉽게 오른손으로 던지는 투수는 '우'승현, 왼손 투수는 '좌'승현(23)으로 불린다. 아직 젊은 좌승현은 5선발 후보. 반면 우승현은 전형적인 불펜 자원이다. 지난 시즌 후 자유계약 선수(FA) 자격을 얻어 삼성과 재계약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장찬희. 채정민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민. 채정민 기자

우승현은 계약 후 '마당쇠'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실제 그랬다.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 던져줬다. 구위가 괜찮을 때는 필승조에 버금가는 역할도 해냈다. 그는 "지난 시즌엔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팀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셨다.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했다.

이승민은 5선발 후보이자 이승현과 같은 전천후 불펜. 쓰임새가 많다. 한 시즌을 운영해야 하는 입장에선 상당히 귀한 자원. 이승민은 "작년엔 한 번에 크게 무너지곤 했다. 결정구가 없었던 탓이다. 변화구를 좀 더 다듬어 작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장찬희. 채정민 기자

새내기가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는 건 드문 일. 이번에 1군과 함께 훈련하는 건 단 2명. 오른손 투수 이호범과 장찬희가 그들. 그만큼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찬희는 수준급인 제구력이 장점. 불펜에서 힘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마운드에선 표정을 감춘다. 어린 나이에선 쉽지 않은 일. 포부도 당차다. 장찬희는 "TV로 보던 선배들과 함께 훈련한다니 신기하다"면서도 "반짝하며 끝내고 싶지 않다. 10년, 20년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 힘과 체력을 보완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