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건축가들이 모인 풍경…건축이 하나의 장소로
중국 고대 왕조에서부터 근대에 까지 수차례 대륙의 수도였던 난징(南京)은 베이징(北京)과 동격의 도시 이름이다. 난징 서쪽으로 흐르는 장강(楊子江)을 건너 자동차로 40여분 라오산(老山) 국유림공원으로 향한다. 부처님의 손이라 일컫는 불산(佛手)호수 주변의 숲과 언덕에 '시팡건축공원'(四方建築公園)이 있다. 시팡(四方)은 사방으로 경관이 열려있다는 뜻이다.
이곳은 세계 15개국 24명의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들이 자연 속에 세워져 있는 '건축 전시장'이자 '건축 예술 마을'이다. 건축의 노벨상 프리츠커상 건축가 5명을 비롯, 동시대를 대표하는 세계 건축가들의 건축 작품이 한 장소에 가장 많이 모인 사례이다.
◆건축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역사적 장소들
세계 건축사(建築史)에서 저명 건축가들이 한 곳에 모여 건축선언을 하고 건축을 남긴 사례들은 있었다. 1927년, 제1차 세계대전 후 폐허가 된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코르뷔지에를 비롯한 근대 건축가들이 모였다. 당시 보급되기 시작한 철근콘크리트로 표준화된 '바이센호프 주거단지'를 만들며 근대건축 '국제주의' 양식을 선언하였다.
1980년대 서 베를린 도시 전체를 실험 무대로 'IBA 베를린'(1984–87) 주거 프로젝트를 건설, 알바로 시자 등 세계 건축가들이 참여해 전쟁과 분단의 흔적 위에 다양한 실험도시 공동주거를 세웠다. 이곳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사조가 충돌하는 건축 현장으로 남았다.
일본 후쿠오카의 '넥서스 월드'(1988–1991)는 렘 쿨하스를 포함한 현대 건축가들이 초청된 실험적 도시주거였다. 서로 다른 건축 철학들이 도시지역에 공존하는 현대건축 실험의 장이었다.
오늘날에는 건축 선언이나 국가 주도가 아니라, 문화예술 건축의 장소 만들기의 형태로 나타난다. 규모와 성격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구의 '사유원'과 이곳 난징 '시팡건축공원'는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자연 속에 놓인 건축 실험장 '시팡아트파크'
'시팡건축공원'은 난징의 기업가이자 미술 수집가가 창설한 건축프로젝트이다.
2003년 착수하여 10여년 기간 동안의 프로젝트는 '건축가의 독창적 언어를 온전히 구현하는 건축 작품을 자연 속에 배치하는 것'이 목표였다. 마스터플랜과 건축가 선정 등 전체 코디네이터는 아라타 이소자키(일본), 류자쿤(중국)이 맡으며 각 설계부지 결정은 공정하게 제비뽑기로 결정했다. 미술관, 파빌리온, 컨퍼런스, 호텔(펜션), 레지던스(빌라) 등의 건축시설은 예술활동, 휴양, 숙박, 기업 연수, 생활거주까지 구성하는 단지 프로젝트이다.
◆시팡현대미술관–'클라우드 위의 공간'
이곳 상징하는 건축은 미국 대표건축가 스티븐 홀이 설계한 '시팡현대미술관'(SIFANG ART MUSEUM)으로 입구 언덕 위에 위치한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 공중에 떠 있는 건축은 '클라우드 위의 미술관'이라 불린다. 저층 진입부는 대나무 거푸집 노출콘크리트 검은 벽면 외관이다. 주변에 널리 자라난 대나무를 사용한 거푸집 문양은 낙인이 찍힌 듯 선명하다. 상층부는 빛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불규칙 흰 벽면이 뺌처럼 공중에 떠 있다.
처음 조우하는 스티븐 홀 건축의 설렘으로 중정마당을 거쳐 입구에 들어선다. 1층과 지하층은 다소 넓은 전시 복합공간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높이에 오르면 바닥 벽 천정은 마치 천천히 병풍을 펼치는 듯한 전시 동선이다. 전시벽면과 밖의 풍경을 함께 탐색하며 최종 공간에 르는 정점(頂點), 시선의 축(軸)은 난징 도시를 향하고 호수와 자연, 건축위치를 내려다보는 전망이다.
형태와 개념 건축가 스티븐 홀 정신이 공명하는 미술관 건축은, 중국 전통 산수화의 '평행 투시' '공간의 층위'에서 영감을 받은 공간 구성이라 말한다. 이곳 건축에서는 전통 요소와 과거역사를 차용하는 것은 그만큼 시간 공간 문화의 층계가 넓고도 두텁다는 것이다.
베이징 도심을 지나면서 주상복합 '링크드 하이브리드'를 언 듯 바라보았을 뿐, 스티븐 홀의 건축은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먼저 수채화 드로잉 스케치를 통해서 공간을 탐구하며 건축에 철학 음악 문학을 연결시키는 이상주의 건축가이다.
창밖 마당에는 공중을 가로지르는 정체불명의 장애물(?)이 거슬린다. 말레비치 구성주의 조형처럼 땅과 하늘 사이 사선으로 뻗은 철 계단은, 그의 스케치에서도 나타나는 주요 오브제이다. 기분 좋게 바라보는 필자에게 불편한 동행자는 해명을 요한다. '소방안전점검 후, 추가로 보완한 옥외피난계단일 것'이라는 우리 현실적 농담에 고개를 끄덕인다.
◆건축전시장-시팡건축공원
미술관 꼭대기에서 넓은 건축공원을 내려다보며 건물 동선과 이동시간을 가늠한다. A건축가의 호텔에서 숙박하여 새벽안개 호수를 산책하고, B건축가 건물에서 식사하고, C건축가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것이 이곳 건축전시장의 사용법이나, 아쉽지만 자동차로 몇 건축을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컨퍼런스 센터(아라타 이소자키·일본)
정문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강의, 회의, 단체집회 등의 커뮤니티 공동시설 3개 동은 원형의 낮은 벽이 영역을 이루고 있다. 직선의 주 건물 남향에는 일본정원 가레산스이(乾山水)를 차용한 디자인 마당이다.
▷산허 레지던스(왕슈·중국)
중국 최초의 프리츠커 수상자(2012')의 건축은 전통 주거를 재해석한 작은 호텔이다. 중정을 두고 세 면은 닫히고 한 면은 호수를 향해 개방한다. 곡선 기와지붕, 재생 파벽돌 벽, 개구부 벽면 디자인 시그니쳐는 한 눈에 들어오는 왕수 건축이다.
▷포 디렉션스 호텔(류자쿤·중국)
중국 2번째 프리츠커상(2025') 건축가의 10년 전 설계의 건축이다. 재작년 방문 시에는 그의 존재를 몰랐는데 지난해 수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변방 청두 출신 류자쿤의 건축은 잘 드러내지 않는 비 영웅, 비 기념비적인 지역주의 건축가이다. 호수변 자연에 중첩된 4층은 가까이에서야 규모를 드러낸다. 주변보다 큰 규모의 중심호텔 기능이다.
▷유동공간(SANNA·일본)
각각 다른 모습의 백색 건물들이 주사위처럼 언덕에 흩어져서 있는 숙소들은 원형의 경계와 연결한다. 건너편에서 바라보면 호수에 반영되는 건축들은 백색의 우아한 그림자 감각으로 나타난다.
▷여섯 개의 방(아이 웨이웨이·중국)
특이한 건축가(?)의 건축을 발견한다. 중국의 반체제 운동가요 미술행동가 아이 웨이웨이는 과거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공동기획,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 디자인 참여 예술가이다. 여섯 개 덩어리로 나열된 건축은 석상(石像) 조형물처럼 무표정한 숙소이다. 특별한 예술 건축가를 초대한 '시팡건축공원'은 바로 종합예술 건축공원읜 확실한 명분일 것이다.
중국 건축여행을 하다 보면 국가 체제를 잊게 된다. 공공건축들은 국제공모, 해외초청으로 개방, 외국건축가들 특히 프리츠커 수상 건축가 활동이 가장 많은 국가로 곳곳에 작품들이 세워져 있다. 세계적으로 활동이 멈춘 펜데믹 시기에도 계속 지어진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오페라 등의 건축들이 지금 완공되면서 문화예술 관광자원이 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건축가·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