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콘서트홀×오케스트라
도요타 야스히사·하야시다 나오키·우시오 히로에 지음/ 에포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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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홀에 앉은 후 공연이 시작되고 첫 음이 울려퍼지는 순간, 그 소리는 과연 연주자만의 것일까. 같은 악보, 같은 오케스트라, 같은 지휘자인데도 다른 공연장에서 음악이 전혀 다르게 들린 경험이 있다면, 그 차이를 만들어낸 또 하나의 주인공은 콘서트홀이다. 세계적인 음향설계사 도요타 야스히사의 '콘서트홀×오케스트라'는 '공간'이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명료한 소리와 풍부한 울림, 일견 모순 같지만 실제로 좋은 콘서트홀은 이 둘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도요타는 독일 함부르크의 엘프 필하모니, 프랑스 파리의 필하모니 드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일본 도쿄의 산토리 홀, 서울의 등 세계 주요 콘서트홀 설계에 참여했다.
이 책은 도요타와 음악 평론가 하야시다 나오키의 대담을 중심으로 한다. 콘서트홀이라는 공간 자체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 음향과 음악, 건축과 연주의 관계를 풀어간다. 여기에 음악 저널리스트 우시오 히로에의 글이 더해져 기술적인 설명과 역사적 맥락을 보완한다.
도요타는 먼저 음반과 스트리밍, 영상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는 왜 여전히 공연장을 찾을까라고 묻는다. 그의 답은 단순하다. 콘서트홀에서 직접 듣는 연주는 녹음된 음악과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콘서트홀은 음악을 '만드는 행위'와 '듣는 행위'가 교차하는 장소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인 건축물이다. 그래서 클래식 애호가들은 어느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 책은 콘서트홀을 흔히 '제2의 악기'라고 부르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벽과 천장의 형태, 반사음과 잔향음의 설정, 흡음에 영향을 미치는 의자의 재질과 구조, 무대 바닥과 반사판, 연주석의 배치까지 모든 요소가 음악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잔향 시간이 길면 좋은 홀이라는 통념에 대해 도요타는 선을 긋는다. 잔향 시간은 하나의 지표일 뿐, 홀의 질을 결정하는 절대 기준은 아니다. 산토리 홀 설계 당시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품질"이라는 발주처의 말은 그에게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를 떠올리게 했다.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결국 좋은 소리를 만든다는 이야기다.
무대 위 음향 반사판에 대한 설명은 콘서트홀의 음향이 관객뿐 아니라 연주자를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 반사판이 없으면 소리는 흩어지고 흡수돼 객석으로 가지 못한다. 산토리 홀의 경우, 홀 전체만 보면 천장이 더 높아도 좋았겠지만 연주자에게는 오히려 소리가 멀어질 수 있었다. 반사판은 무대 위의 소리를 다시 연주자에게 돌려주는 장치였다.
도요타는 앙상블의 좋고 나쁨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분명한 '질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지휘자의 역할에 주목한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투티에서 앙상블이 흐트러지면 포르티시모를 피아니시모로 낮춰 균형을 먼저 맞춘 뒤 소리를 키워갔다. 세르주 첼리비다케는 단원들이 서로의 소리를 더 잘 듣도록 최대한 가깝게 앉게 했고, 에사페카 살로넨은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무대에서 목관을 지휘자 가까이에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건축가와의 협업도 중요한 축이다. 도요타는 프랭크 게리와 함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을 비롯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는 건축가가 클래식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설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음악과 음향을 중심에 두고 내부 설계를 먼저 마친 뒤 외관을 완성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은 그런 협업의 상징적인 결과물이다.
현재 도요타는 일본 지방 콘서트홀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그는 "자랑할 수 있는 콘서트홀"이 도시를 바꾼다고 말한다. 택시 기사가 자랑하고, 그 도시에서 살고 싶게 만드는 홀. 이는 콘서트홀이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지역의 문화적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20쪽, 2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