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개식용 종식 앞두고…불법 시설 정리 등 현장 곳곳 진통

입력 2026-02-19 16: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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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점심 시간대 방문한 대구 북구 칠성시장 개시장 보신탕 골목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김지효 기자
지난달 27일 점심 시간대 방문한 대구 북구 칠성시장 개시장 보신탕 골목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김지효 기자

지난 11일 방문한 대구 동구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한 개 농장. 동물들의 배설물 처리를 용이하게 처리하기 위해 바닥에서 띄워진 일명 '뜬장' 속에는 송아지만한 개들이 갇혀있었다. 개들은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를 하고 매섭게 짖어댔다. 나무판자와 슬레이트가 엉성한 지붕으로 얹힌 수십 개의 뜬장 속에서는 간간이 낑낑거리며 앓는 울음이 들려오기도 했다.

대구 동구청에 따르면 관할지 내 신고된 개 농장 중 유일하게 남은 이곳에는 60마리 가량의 개들이 사육되고 있다. 농장은 구청과 올해 여름까지 폐업하겠다고 논의 중으로 알려졌지만 폐업 지원금 문제와, 당장 수십마리 개들의 처분 역시 뚜렷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개 식용 종식법 전면 시행을 1년 가량 앞두고 개 농장 등 시설 폐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현장 곳곳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개 식용 종식법, 내년 2월부터


2024년 1월 정부가 '개 식용 금지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유예 기간을 거쳐 오는 2027년 2월부터 시행되는 해당 법안에 따라 개 식용 관련 시설은 모두 폐업 처리 해야한다.

정부는 폐업 시점 구간을 두고 마리당 최대 60만원의 지원금과 시설물 잔존가액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상황에 맞지않는 지원정책에 대한 반발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대구에는 개 식용 관련 개 농장 4곳, 도축장 2곳, 유통업 4곳, 건강원 23곳, 음식점 41곳이 남아 있다. 개 농장들은 지자체에 내년 1월까지 폐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마릿수는 1천20마리로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설 중 가축분뇨법이나 농지법 등을 위반한 경우 지원금이 감액되거나 아예 받지 못한다. 현재 대구에 남은 개 농장 중 일부는 분뇨처리시설 미비로 마리당 지원금을 아예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한 내에 업장을 정리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처음 법안을 시행할 때 농지법이나 가축분뇨법 등에 의거한 불법 시설부터 처분을 하고 합법 시설을 정리해 나갔어야 순서가 맞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시와 각 구·군은 현재 남은 개 식용 관련 시설들을 매달 현장 점검, 추적 관리하며 연말까지 조기 폐업을 독려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설들이 기간 내 폐업, 전업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등의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1천마리 남은 개들은 어디로…

개 식용이 종식되면 1천 마리가량 남은 개들의 거처 문제도 불거진다. 농장 폐업은 개가 한 마리도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는 사육되던 개들이 처분됐음을 뜻한다. 일부는 국가유기동물 사이트에 입양 공고되기도 하나, 대부분 대형견이라 보호 기한을 넘겨 안락사되거나 빠르게 도축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구 내 동물보호소에서 수용 가능한 최대 규모는 500마리다. 현재도 수용 규모 태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 시행을 앞두고 음식점 폐업 혹은 전업에 나서야 하는 소상공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점심시간 방문한 칠성시장 개 시장에는 임대 공고가 붙은 식당이 대다수였다. 과거 도살장과 50여 곳에 달하는 건강원·보신탕 가게가 있던 이곳은 타 시도에 있던 개 시장처럼 차츰 사라지고 있었다.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김 모(52) 씨는 "3년 전에 비해 80%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 보신탕과 염소탕을 같이 파는 곳이 아니면 시장 상권이 이미 죽었다고 다 폐업한다고 하더라"라며 "시에서는 간판 바꿔 다는 정도만 지원해 준다고 하고 손해도 막심해 정부 상대로 단체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70대 점주는 "오래 장사를 해왔지만, 시에서 장사하지 말라고 하니까 가게를 정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수요층이 대부분 어르신인데, 재료값이 워낙 오르다 보니 보신탕 가격도 그간 두 배 가까이 올라서 장사도 잘 안 된다. 개 한 마리에 65만원 하던 게 200만원으로 올랐다"고 체념한 듯 이야기했다.

계도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공급이 줄어드니 원재룟값은 천정부지로 뛰는 상황. 동물보호단체에서는 개 농장에서 마지막 대목을 노리고 불법적인 일이 성행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독드림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는 "합법 시설들은 보상 때문에 대부분 업장을 정리한 상황에, 아직 업장을 운영 중인 불법 시설들이 천정부지로 뛴 고기 값에 이득을 보고 있다는 점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개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등록된 가축이 아닌지라 도축장은 모두 미허가 시설이고, 도살하는 장면이 발각되면 동물보호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이처럼 개 농장 등도 법을 어긴 채 운영되고 있다면 관련 법안을 적용해 적극적으로 처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