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SR 통합 공청회…"파업 시 전국 고속철도 동시 멈춘다" 우려

입력 2026-02-11 13: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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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공청회서 "분리 평가 없는 재통합" 비판
"과거 묻지마 분리, 또 다른 시행착오 우려"

1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1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고속철도 통합 추진 공청회' 토론 모습. 2026.2.11. 홍준표 기자

정부가 올 연말까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을 완전 통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과거 분리의 명분에 대한 평가와 설명 없이 재통합을 서두른다"는 비판과 함께 "파업 시 전국 고속철도가 동시에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11일 국회도서관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고속철도 통합 추진 공청회'를 열고 코레일·SR 통합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연말 통합 공사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물리적 통합에 앞서 운영 체계부터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25일부터는 KTX와 SRT의 시범 교차 운행도 시작된다.

통합 논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파업 리스크다. 그동안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코레일과 별도 노조 체계를 유지해온 SR이 비상수송체제를 가동해 일부 대체 운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양 기관이 하나로 합쳐질 경우 사실상 대체 수단이 사라진다. 노조가 동시 파업에 들어가면 전국 고속철도망이 일시에 멈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덕기 국토부 고속철도 통합 태스크포스(TF) 팀장은 "파업과 서비스 저하 문제에 대해 이행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며 "필수 운행률을 높이고 대체 인력 확보 방안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실행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통합의 당위성 자체에 대한 근본적 질문도 제기됐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대표는 통합 추진 방향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과거 분리 결정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국민적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2013~2014년 SR 분리 당시에도 우려가 컸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며 "그렇다면 분리 운영의 기대 효과가 무엇이었고, 그중 실현된 것은 무엇이며, 실현되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국민에게 먼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리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무엇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분석과 보고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SR 체제가 실질적인 경쟁 체제로 작동했는지, 경쟁 도입이 공공성과 효율성을 얼마나 높였는지에 대한 종합 평가 없이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정책 책임의 공백이라는 지적이다. 민 대표는 "이유와 원인을 따지지 않고 통합한다면 '묻지마 통합'이 될 수 있다"며 "과거가 '묻지마 분리'였다면 또 다른 시행착오를 반복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합 이후 사실상 독점 체제로 회귀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쟁 체제가 사라질 경우 서비스 혁신과 비용 절감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창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징성이 아니라 실제 수요에 따라 열차를 배분해야 한다"며 수요응답형 운영 전략을 제안했다. 그는 "가장 수요가 많은 구간은 서울~부산이 아니라 서울~대전, 부산~대구 구간"이라며 "수익성을 확보해야 낙후 지역까지 운행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의 선결 과제로 ▷교통투자평가제도 개편 ▷전기 사용료 증가 요인 검토 ▷운임·재정지원 체계 정비 ▷임대·유지보수 체계 개편 ▷명확한 비전 수립 등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통합 자체가 목표가 되면 반드시 실패한다"며 "무엇을 위한 통합인지 분명한 비전과 목표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