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출 규제, 현금은 서울로…집값 양극화 키웠다

입력 2026-02-10 14: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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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6억 상한 뒤 주식·채권 판 자금 2조원대 서울 유입
강남 3구에 38% 집중…"수도권만 조여 현금 부자만 웃었다"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27 대출 규제'가 시행 반년 만에 서울 집값 방어막을 오히려 강화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주택시장 양극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과열을 잡으려고 초강력 금융 규제를 꺼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현금 여력이 있는 자산가들의 자금을 서울로 그러모으고 지방 주택 시장은 더 얼어붙게 했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27 대책 시행 직후인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주택 매수에 사용된 주식·채권 매각 대금은 2조948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대출이 사실상 막히자 증시에서 차익을 실현한 자금이 대거 서울 주택 시장으로 이동한 것이다. 부동산 자금을 금융시장으로 돌리겠다는 정부 구상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6·27 대책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일률적으로 6억원으로 묶고, 수도권 다주택자의 신규 주담대를 전면 금지한 초유의 규제였다. 갭투자 차단, 6개월 전입 의무 부과, 정책대출 축소까지 더해 사실상 수도권에서 대출을 활용한 주택 매수 길을 봉쇄했다. 투기 수요를 뿌리 뽑겠다는 의도였지만 시장은 다른 방식으로 반응했다.

규제는 수도권 내부에서 시장을 이중화했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자는 시장에서 밀려난 반면 주식·채권을 처분해 현금을 확보한 자산가들은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을 덜 받았다. 주식·채권 매각 자금으로 충당한 서울 주택 매수 금액은 2022년 5천765억원에서 2023년 1조592억원, 2024년 2조2천545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7개월간 누적 금액은 2조3천966억원에 달한다. 대출길이 막히자 현금을 쥔 자산가들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서울 아파트로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은 서울에서도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 이 기간 강남구로 유입된 주식·채권 매각 자금은 3천78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로 흘러들어간 금액은 9천98억원으로 전체의 37.9%에 달했다. 대출 규제가 집값을 누르기보다는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의 가격 하방을 지탱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수도권의 시선은 싸늘하다. 6·27 대책은 형식적으로는 지방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정책 파급 효과는 오히려 지방 주택 시장을 더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대구경북 등 비수도권은 이미 거래 위축과 가격 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책대출 축소에 시장 심리마저 급격히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5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대구는 113주째 하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는 "수도권을 조이니 자금은 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서울로 몰리고, 지방은 수요 위축만 떠안는 구조가 굳어졌다"며 "대출 규제가 서울 집값을 끌어내리기는커녕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더 벌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