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은행 예적금까지 털었다"…유동성 파티에 지붕 뚫는 증시

입력 2026-02-10 10: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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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시대 예탁금 110조원…코로나 때보다 넘치는 유동성
반도체 기업 실적까지 견조해 추가 상승 기대감
일각선 유동성 회수 경고음…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에 불확실성 커져

제미나이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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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 5000포인트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대한민국 증시는 포모(FOMO·소외에 대한 두려움) 심리에 쫓긴 개인 투자자들이 예적금을 깨고 돌아오며 전례 없는 활황을 맞이하고 있다. 넘치는 유동성에 견조한 기업 실적까지 겹쳐 증시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선 유동성 회수라는 청구서가 도착하기 시작했다는 경고음도 들려온다.

◆넘치는 유동성, 실적까지 얹었다

이번 국내 증시 상승랠리의 주요 엔진은 금리 인하에 따른 막대한 유동성이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6월 코스피가 3300대를 돌파했을 당시 M2(광의통화)는 약 3400조원이었다. 당시 예탁금은 70조원 수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후 고금리 여파로 지수가 2400대까지 후퇴했던 지난 2024년 11월 M2는 약 4100조원까지 늘었음에도 예탁금은 49조원대를 기록했다. 돈은 풀렸으나 증시로는 흐르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유동성은 증시로 향하고 있다. 연말 기준 M2는 4500조원을 돌파했고, 증시 대기 자금인 고객 예탁금은 지난 2일 사상 처음으로 111조원을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가 5000포인트에 도달하는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개인 투자자들은 이제라도 랠리에 올라타고자 은행 예·적금을 깨고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강세장의 지속성을 넘치는 유동성과 더불어 견조한 기업 실적에서 찾는다. 특히 인공지능(AI)발 수요가 몰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의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면서 지수의 질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추정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올해 양사가 거둘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과거 유동성 장세가 단순한 기대감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실체가 유동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 결정권을 확보한 국내 기업들의 이익 규모가 글로벌 빅테크를 추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코스피의 적정 가치 역시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가파른 주가 상승에도 기업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면서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10.48배로 5년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실적과 유동성이 뒷받침되는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기적인 코스피 상승 경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워시 쇼크'와 유동성 회수 경고…"리스크 관리 필요"

찬물을 끼얹는 변수들도 존재한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는 시장의 우려를 키운다.

케빈 워시 의장 지명자는 금리 인하에는 찬성하면서도 연준의 비대한 자산을 매각해 시중 달러를 회수하는 대차대조표 축소(QT)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실제 그의 지명 소식에 유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꺾이면서 은과 비트코인이 급락했다. 이른바 '워시 쇼크'는 유동성 축소가 실물 자산에 미치는 파괴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워시 지명은 연준의 과거 유동성 확대 정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부각된 결과다. 비트코인과 같은 고위험 자산은 통화정책 방향성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연준이 자산 축소·통화 긴축을 선호한다면 시장 내 유동성 기대는 약해지고 투자 수요가 감소한다"고 밝혔다.

반론도 존재한다. 케빈 워시의 긴축론이 실제 정책으로 이행되기까지는 연준 내 이사회의 동의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 정부의 재정확대 기조를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연준의 양적 긴축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때문에 연준의 기조 변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 우려는 대세 하락의 전조라기보다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의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긴축 불확실성에도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이를 상쇄할 수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조선 사이클을 앞세운 한국 증시 실적 개선은 증시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달리는 말에서 먼저 뛰어내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하반기 긴축 불확실성과 이익 모멘텀 둔화에 대비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권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