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가닥…소상공인 "골목상권 다 죽는다"

입력 2026-02-09 17:21:53 수정 2026-02-09 18: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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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14년 만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추진

9일 서울 이마트 청계천점 PP센터에서 주문 상품들에 대한 분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대형마트의
9일 서울 이마트 청계천점 PP센터에서 주문 상품들에 대한 분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허용 등 온라인 배송 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연합뉴스

대형마트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처럼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할 길이 열릴 전망이다. 대형마트로 대표되는 대규모 점포와 준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추진되면서다. 법이 개정 시행될 경우 대형마트 업계는 발 빠르게 심야·새벽배송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목상권이 더욱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소상공인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가닥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8일 고위 협의회를 통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대형마트 등의 영업시간 제한 조항을 완화하는 것이다. 사실상 대형마트가 이커머스처럼 새벽배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의미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대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지난 2012년 전통시장·골목상권 보호 등을 명목으로 도입됐다.

이후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가 새벽배송 등을 기반으로 급성장을 이뤘으나 대형마트는 역성장 추세를 보여 왔다.

산업통상부가 최근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2025년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10.1%, 2.6%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업태에서 백화점(5.7%)과 편의점(5.6%)은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대형마트는 4.2%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준대규모 점포(1.0%)는 소폭 성장하는 데 그쳤다.

◆"골목상권 다 죽는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될 경우 유통사들은 오프라인 점포를 새벽배송을 위한 물류시설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전국적인 오프라인 점포망과 온라인 플랫폼을 갖춘 대형 유통사들은 개정 시행 직후 심야·새벽배송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의 대형마트 관계자는 "점포 하나하나를 새벽배송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데, 물류센터 기능을 할 점포를 이미 갖고 있는 만큼 인력 배치와 재고 확충만 하면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새벽배송은 영업 규제로 인해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던 서비스인 만큼 고객편의 제고 등의 측면에서도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단체와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 온 소상공인 단체는 법 개정 시 소상공인들 경영난만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3년 2월 특·광역시 중 처음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전환한 대구에서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으로 인한 타격을 더욱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영환 소상공인연합회 대구지회장은 "대형마트 규제를 푸는 건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다 죽이는 것"이라며 "대구는 의무휴업일 전환도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시행해 이미 많은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은 상태인데 마트 새벽배송까지 허용해버리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