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형 학원의 '대구 공습'…"자본·정보력에 속수무책"

입력 2026-02-05 06:30:00 수정 2026-02-05 18: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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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자 배출' 입소문 솔솔…수도권 대형 학원 지방 진출 가속화
스타 강사·자체 제작 콘텐츠 등 인기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입시 학원 밀집 지역.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입시 학원 밀집 지역.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수도권 대형 학원의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대구 지역 토종 학원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지역 학원가가 자본력·정보력을 가진 학원계의 '신흥 강자'들을 중심으로 구도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동아, 대구백화점 등 지역 토종 백화점이 신세계, 현대, 롯데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에 잠식되는 모양새와 닮았다.

◆지역 토종 입시학원 위기

수험생·재수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도권 대형 학원들이 지방 진출을 시작하면서 지역 전통 입시 학원들을 잠식하고 있다.

대구 지역 입시학원은 수성구 '송원학원'과 '지성학원'이 양강 구도를 이뤘지만 지금은 과거에 영향력이 감소한 모습을 보인다. 2006년 개원 당시 연간 3천여 명에 달했던 송원학원의 학생 수는 현재 1천명 수준으로 줄었다. 지성학원은 건물 전체에서 두 개의 층으로 학원 규모를 대폭 축소해 운영 중인 상태다.

반면 수도권 대형 학원은 이른바 '브랜드 경쟁력'을 토대로 지역에서 세를 넓혀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온라인 강의'로 유명한 메가스터디 교육이 운영하는 '메가스터디 러셀'과 서울 대치동 유명 입시학원 시대인재가 운영하는 '다원MDS'가 두드러진다.

2021년 대구 수성구에 문을 연 다원MDS는 시대인재와 사실상 동일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돼 학부모들 사이에서 '대구 시대인재'로 불리는 등 인기가 높다. 시대인재는 학원계의 신흥 강자로 매출액이 2021년 1천838억에서 2024년 3천818억으로 두 배 가량 뛰었다.

2022년 대구 수성구에 개원한 메가스터디 러셀도 메가스터디와 동일한 온·오프라인 강의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메가스터디 교육의 매출액은 2021년 7천39억원에서 2024년 9천262억원으로 뛰었다.

지역 입시 업계에서는 수도권 대형 학원이 가진 정보력과 자본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대형 학원들은 수능 '킬러 문항' 대비해 자체적으로 제작한 교재, 모의고사를 사용한다. 지난해 감사원 조사 결과, 입시 학원이 문항 제작을 위해 현직 중고교사들과 시험 문항을 사고 판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지역의 한 학원 대표 A씨는 "대형 학원들이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드는 데 연간 500억여원이 든다"며 "지역 학원들이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원 원장 B씨도 "서울 본사 강사들이 지역으로 직접 출강을 오고 유명 일타 강사들이 진행하는 온라인 강의를 제공한다"며 "콘텐츠와 강사의 질적인 측면에서 학생, 학부모의 선호도가 타 학원에 비해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본력·정보력 바탕 인기

학령인구 감소로 이전에 비해 재수생이 줄었는데 이마저도 수도권 대형 학원과 나눠 먹기를 하거나 최상위권 학생들은 서울 강남, 수도권 기숙학원 등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수능 만점자, 수석이 수도권 대형 학원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이들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학원 강의는 물론 관리형 독서실, 윈터스쿨(방학 집중 학습 프로그램) 등 대부분이 금방 마감돼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고2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3) 씨는 "강의와 교재비가 다른 학원보다 비싸고 강제로 들어야 하는 의무 과목도 있어 솔직히 비용 부담이 된다"며 "그래도 최상위권이 많이 다닌다고 하니 다니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몰리다보니 해당 학원을 가기 위해 지역 학원을 발판 삼는 현상도 나타난다. 대형 학원들은 보통 레벨 테스트나 내신 성적을 통해 우수한 학생들을 우선 선발한다.

지역의 한 학원 교사 C씨는 "대형 학원들은 애초부터 뛰어난 학생들을 선발해 높은 입결(입시 결과)를 만들고 이를 다시 홍보하는 형태로 운영한다"며 "지역 소규모 학원에서 성적을 올려 대형 학원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지역 학원들은 대형 학원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된 전략으로 '학교 내신 지도'에 집중하고 있다. 본사 중심의 획일화된 대입 콘텐츠가 침입할 수 없는 지역 학교별 맞춤형 내신을 공략하는 것이다.

수성구 학원 교사 D씨는 "지역 학원들이 학교별 내신 과목 준비 위주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학교 시험도 점차 수능 문제화가 되는 경향이 있고, 고3은 내신 자체가 수능과 동일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김성숙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지역 학원들이 수도권 학원과 차별화된 강의, 컨설팅 등을 제공하기 위해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사실상 쉽지 않아 보인다"며 "앞으로 독과점 현상이 더욱 강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창출, 교육 격차 완화 등에서 부정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매출이 서울로 대구경북의 토착화된 비즈니스, 지역 경제 측면에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