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 지방투자…기존 계획 짜깁기, 보여주식 '숫자놀음'?

입력 2026-02-04 19: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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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김용범 정책실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기업들이 5년간 약 300조원의 지방투자 추진을 약속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밀한 계획 없이 숫자만 나열한 보여주식 발표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의 압박 탓에 기업들이 기존 계획을 짜깁기한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은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 참석해 "주요 10개 그룹은 5년간 약 270조원 규모의 지방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10대 그룹 외에도 다 합치면 300조원 정도 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경협은 10개 그룹의 지방 투자 계획이 모두 예정대로 집행될 경우 5년간 우리 경제에 최대 525조원의 생산유발효과, 221조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가 각각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제효과는 한국은행의 '지역산업연관표(2020년)'를 활용해 '투자(민간고정자본형성)의 생산·부가가치유발계수'에 '10개 그룹 투자 합계액'을 곱해 산출했다고 밝혔다.

주요 투자 프로젝트는 ▷반도체 설비 증설 ▷배터리 생산·R&D(연구개발) 역량 확장 ▷AI(인공지능) 전환 및 탄소중립 인프라 투자 등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지역 경제 활력 회복의 불씨를 살리고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한 기반 조성에 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다"며 "계획된 지방 투자가 원활히 집행될 수 있도록 정부·국회·지자체는 입지, 인·허가 규제 등의 허들을 걷어내고 세제지원·보조금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압박과 눈치보기 속에 각 기업들이 '일단 숫자부터 내고 보자'는 식의 발표를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백조원의 천문학적 투자계획 발표가 수시로 나오면서 보여주기식 이벤트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 대통령과 주요 기업 총수들 간의 회동 후에도 각 기업들은 향후 5년 동안 국내 투자계획을 밝혔다. 삼성그룹 450조원, SK그룹 128조원(2028년까지), 현대차그룹 125조원, LG그룹 100조원 등이다. 이날 지방투자 '300조원'의 경우 기업별 투자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각 지자체 관계자들은 "사실 새로운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투자를 결정했거나 진행되고 있는 사항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지역 기업 관계자들 역시 "시장 상황이나 타이밍 조율 없이 각 대기업이 일괄적으로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숫자놀음에 불과한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