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는 금품 살포 의혹, 은해사는 비밀투표 위반 논란
집중된 주지 권한 분산, 불법 선거에 대한 강력한 제재 등 필요
수행과 청정성을 강조해 온 대한불교 조계종의 일부 교구 본사 주지 선거가 금품 살포 의혹과 비밀투표 위반 논란 등으로 일반 사회의 선거판과 별반 다르지 않게 '세속화'되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경북 경주 불국사 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2024년 7월 2일) 과정에서 수억원대의 금품이 살포된 의혹이 제기됐다.
불교계 관련 인사는 지난해 5월 조계종 총무원에 불국사 주지 선거와 관련해 금품이 살포됐다며 진상규명과 관련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접수했다. 이에 총무원 감사실은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6~8일 불국사를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 종단 차원의 후속조치가 발표된 것은 없다.
당시 주지 선거 산중총회와 관련 수지결산 자료에 따르면 선거권이 있는 말사 주지와 스님 등 총 94명에게 '여비' 명목으로 모두 3억6천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기록됐다. 39명에게 500만원씩, 55명에게는 300만원씩 지급했다.
또 '선거관련 대중공양비' 5천400만원, '00스님과 종무소' 는 1천370만원이 지출돼 총 4억2천77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들 돈은 불국사 주지 선거 직전인 2024년 6월말부터 선거일 하루전까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지선거 수지 결산 자료에는 수입 합계는 총 5억원으로, 불국사 '발전위원회기금' 3억원, '문중기금' 1억원, '국장모임' 각각 1억원 등이다. 이들 돈은 당시 주지 권한대행이었던 현 주지가 총괄 관리했던 3개 명의의 계좌에서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매일신문이 주지와 종무실 관계자 등에게 전화를 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다만 논란이 제기됐을 당시 "금품 살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지난 16일 대한불교 조계종 제10교구인 영천 은해사 주지 선거도 1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후 낙선한 덕관 스님은 비밀투표 위반을 주장하며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제기했다.
28일 열린 중앙선관위 소청 심사에서는 2시간 격론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달 2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덕관 스님은 "투표 과정에서 후보자인 성로 스님이 기표한 투표 용지를 접지 않은 채 투표함에 넣은 것은 비밀투표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소청 심사를 제기했다.
반면 성로 스님은 "투표 당시 참관인이나 중앙선관위 등의 스님들이 전 과정을 지켜봤지만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 등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은해사 안팎에선 '안정이냐, 개혁이냐'를 두고 내외부 세력간 첨예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은해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신도는 "다음달 2일 예정된 회의 결과를 모두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은해사는 물론 교구 전체에 상당한 갈등 양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행과 청정성을 강조해 온 불교계에서 사찰 주지 선거를 둘러싼 금품 살포 의혹과 산중총회법 위반 논란 등 잡음이 잇달아 일반 사회의 선거판과 다를바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많은 불자들이 실망하고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불교계 안팎에서는 교구 본사의 주지 선거에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주지가 본사와 말사의 재정권과 인사권 등 막대한 권한을 가졌고, 오랫동안 '여비·공양비' 등의 관행이 산중총회 전후에 제공하면서 금품선거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선거 관리의 독립성과 투명성 부족, 불법 선거 운동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내부 조사에 그치거나 결론이 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아 처벌과 제재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주지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불법 선거에 대한 강력한 제재, 선거관리의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 등의 후속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