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동안 환상의 짝궁
1998년 변호사 시절부터 두터운 신뢰 쌓아
'비주류' 검정고시와 중앙대 인맥, 성남·경기 실무 라인
"대통령 권력의 틈새는 실세가 채운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중심제다. 막강한 권한이 대통령에 집중돼 있다. 말 한마디에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정부 고위직 인사가 임명된다.
대통령의 막강 권한을 혼자 휘두를 수 있을까? 모든 권력에는 틈새가 있게 마련이고, 그 공간을 파고드는 비선이 바로 '정권 실세'다. '그림자 권력'이라 불리며, 주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 힘든 곳에서 조정자 역할을 자처한다. 돈줄이나 인사 청탁은 주로 정권 실세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정·관계 출세지향적 인물들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실세 파악에 신경이 곧두선다. 어느 방에 노크를 해야 직통으로 먹힐 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권력 불나방들이 귀신처럼 찾는 사람이 바로 '실세'인 것이다. 이 실세들에게 잘못 보이면, 대통령에게 잘 보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지 누나"로 불리는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현 정권의 실세로 떠오르며, 폭발적인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김 실장은 28년 동안 한번도 이재명 대통령 곁을 떠난 적이 없이 대통령의 충복으로 함께하고 있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정치권 논란
청와대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둘러싼 논란이 지난해 하반기 정치권을 달궜다.총무비서관에서 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시점이 국정감사 직전이었기 때문이었다. 야당은 "국정감사 출석을 피하려는 보호성 인사"라고 비판했고, 대통령실은 "업무 효율화를 위한 정상적 인사"라며 선을 그었다.
김 실장의 자리 이동이 본질이 아니라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림자 권력'은 형태만 달리해 반복돼 왔다. 대통령의 가족, 측근, 혹은 오랜 참모가 공식 제도 밖에서 정책이나 인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쌓이면서 그 자체가 하나의 정치 프레임이 됐다.
김현지라는 이름이 주목받는 것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그가 실제로 '실세'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김현지 실장의 논란으로 정권의 주변부가 정치의 화두로 떠오르며 한국 정치사에 반복해 온 '비공식 권력'의 문법속으로 들어왔다.
일명 '현지 누나'로 불리는 김 실장이 정권 실세라는데 아무도 이견(異見)이 없다. 김용, 정진상, 김남준과 함께 친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성남·경기 라인 4인방이며, 그중에서도 최측근이다. 1975년생으로 출생지는 공식적으로 알려진바는 없지만 전남 담양으로 알려져 있다.
◆28년 동안 '환상의 짝궁'
김실장은 30년 동안 한번도 이재명 대통령 곁을 떠난 적이 없으며, 중요한 사건 때마다 그림자 보좌를 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돈줄과 인사 그리고 정치적 고비 때 매번 등장해, 이 대통령의 뜻을 결행했다.
이 대통령과 김 실장의 인연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설립한 '성남시민모임'에 김 실장이 간사로 활동하며, 두터한 신뢰관계를 쌓기 시작한다. 김 실장을 추천해 준 사람은 박원석 전 국회의원(정의당)이다. 이후 둘은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을 상대로 한 소송(업무추진비 공개)과 성남시립병원 건립에 의기투합해 성과를 거뒀다.
2010년에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에 당선되고, 김 실장은 인수위원회 간사직을 맡는다. 2011년엔 비영리단체인 '성남의제21 실천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시장실 바로 맞은편에 사무실이 있을 정도로 측근 보좌를 지속했다. 2018년 경기도지사 당선 후에는 경기도청 비서실 비서관 자리를 꿰찼다.
2021년엔 이재명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에 합류했지만, 낙선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이후 2022년 인천 계양구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보좌관이 됐다. 당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대북 불법 송금 재판 때는 주군에게 불똥이 튀려하자, 변호인 교체를 단행했다. 대선 캠프에서도 자금 관리를 했다는 통화 녹취록도 공개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이재명 정권이 탄생하자, 최측근으로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총무비서관 자리에 있다, 국회 출석이 부담되자 제1부속실장 자리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야당의 집요한 공격에도 김 실장 보호에 사력을 다했고, 아직도 현지 누나는 '베일 속 그림자 실세'로 활약하고 있다.
친여권 성향의 정치 평론가들은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파격적 정책들이 추진력을 얻는 배경에는 김 실장의 꼼꼼한 실무관리에 있다고 평가한다.
◆"비주류" 검정고시와 중앙대 인맥
이 대통령의 인적 네트워크는 소위 정통 엘리트 코스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여준다. 소년공 출신으로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했다. 한국 정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고교 학벌' 병폐에서 자유롭다.
대신 유일한 학연인 중앙대(법대 82학번)는 정치적 고비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문진석(정외 82), 김영진(경영 86) 의원은 원조 친명으로 중앙대 라인의 핵심으로 분류되고 있다.
경북 안동 출신인 것도 이례적이다. 전통적으로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는 진보 정권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경상도 출신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했다. PK(부산경남)가 2명, TK(대구경북)가 1명이다.
하지만 정치적 고향은 성남시와 경기도다. 변호사 활동과 시장, 도시사를 역임하면서 실질적인 지지 기반을 다졌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과 정무에서 핵심을 이루고 있는 주요 라인들은 성남·경기에서 쌓은 전략적 실무형 인맥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출신 배경이 말해주듯 지역 주도 성장과 전국 다극화 체제로의 변화를 꿰하고 있다.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이 나라의 기득권 카르텔 타파에 나서고 있으며, 정통 엘리트 인맥에서 벗어나 실용주의적 인재 등용을 천명하고 있다. 실무 중심의 측근 라인들은 폐쇄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정책 추진력 면에서 강점도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