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주민단체 논란에 공투위 법적 대응
환경피해 주민·시민단체,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절차 진정
"지역 혼선 중단·국가와 기업 책임 분명히 해야"
영풍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지역 갈등이 복합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한쪽에서는 석포 주민을 사칭한 '가짜 주민단체' 논란이 불거졌고, 다른 한쪽에서는 환경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유엔 인권이사회에까지 문제를 제기하며 국제사회 개입을 요청했다. 주민 대표성 논란과 환경·인권 문제 제기가 동시에 제기되면서,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논쟁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봉화·태백·석포 생존권 사수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는 27일 '석포제련소 주민대책위원회'를 자칭하는 단체를 상대로 주민 기만과 혼선 유발 행위를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공투위는 해당 단체가 실체가 불분명한 유령 조직으로, 구성원 상당수가 석포에 거주하지 않는 외부 인사라고 주장했다.
현재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는 실제 거주 주민들로 구성된 '석포면 현안대책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이 단체는 제련소와 지역 현안을 놓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 왔으며, 태백시 현안대책위원회, 주민생존권사수봉화군협의회와 함께 2025년 공투위를 구성해 석포제련소 이전·폐쇄 주장에 공동 대응해 왔다.
논란은 최근 '석포제련소 주민대책위원회'가 ㈜영풍 등을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확산됐다. 공투위는 "해당 단체가 석포 주민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행세하며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투위는 특히 지난해 11월 발생한 UN 간담회 가장 논란을 문제 삼았다. 당시 이 단체 소속 인물들이 석포면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UN 관계자를 현장에 데려와 '주민 없는 주민 간담회'를 시도했고, 이를 알게 된 주민 60여 명의 항의로 간담회는 무산됐다. 이후 이들은 석포역 인근에서 자체 회의를 진행한 뒤 사진을 촬영해, 마치 정상적인 주민 간담회가 열린 것처럼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석포 주민은 이 자리에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투위는 "국제기구를 상대로 주민을 배제한 연출을 시도한 전력이 있다"며 "유령 단체를 앞세워 실제 주민들이 제련소를 문제 삼는 것처럼 꾸며내는 행위는 명백한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또 석포제련소가 무방류 시스템 도입과 지하수 확산 방지 시설 설치 등 수천억 원 규모의 환경 개선 투자를 진행했고, 인근 하천에서 수달과 열목어 서식이 확인되는 등 환경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같은 날 국회에서는 낙동강 상류 환경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유엔 인권이사회에 특별절차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낙동강 상류 환경피해 주민대책위원회, 영풍제련소 봉화군 주민대책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석포제련소로 인한 환경오염과 인권침해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식 제기했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과 이학영 국회부의장실도 함께했다.
이들은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특별보고관과 실무그룹에 현재 상황에 대한 공식 우려 표명과 함께, 영풍과 한국 정부에 대한 서한 발송, 사실조회, 현장 방문조사 등을 요청했다. 주민대책위 측은 "약 55년간 이어진 환경오염과 산업재해는 기업의 인권 존중 의무 위반이자, 노동자와 주민의 생명권·건강권을 보호하지 못한 국가 책임 문제"라고 주장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석포제련소 문제는 특정 기업의 토양오염을 넘어 1천300만 영남 주민의 식수원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환경오염은 주민의 생명권과 환경권을 위협하는 폭력"이라고 말했다. 김상헌 민변 국제팀 상근변호사도 "국제인권법상 '사람이나 환경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에 해당한다"며 정부의 적극적 조치를 촉구했다.
봉화군 주민 대표로 참석한 신기선 영풍석포제련소 주민대책위 대표는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강과 토지가 오염되는 동안 수십 년간 실질적 조치가 없었다"며 "제련소 이전이나 폐쇄를 통해 지역이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역시 시설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보다 근본적인 결단을 요구했다.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주민 대표성 논란과 환경·인권 문제 제기가 맞물린 복합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를 넘어 국제사회까지 문제 제기가 이어진 가운데, 정부와 기업, 그리고 지역사회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