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지연' 이유로 한국산 관세 25% 재인상 시사
대미 투자 이행 압박·미국식 세계 질서 재편 의도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입법 절차 지연을 이유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재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미 관계 전반에 긴장이 확산하고 있다. 한미 정상 간 합의가 국회에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대미 투자 이행을 서두르게 하려는 압박과 미국 중심의 질서 재편을 겨냥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한국 입법부가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았다"며 "자동차, 목재, 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적었다. 그는 또 "미국은 합의된 거래에 따라 관세를 신속히 인하해 왔다"며 "교역 상대국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가 문제 삼은 사안은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 특별법'이다. 이 법은 한국이 약속한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집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그러나 한미 양해각서에는 '법안 제출'을 기준으로 관세를 인하한다고만 명시돼 있을 뿐 통과 시한이나 지연에 따른 불이익은 담겨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국내 입법 절차를 이유로 관세 인상을 거론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본다. 자칫 내정 간섭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맹국의 의회 절차를 문제 삼아 통상 보복을 시사한 사례는 외교 관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달러와 에너지 질서를 축으로 세계 체제를 주도하며 '가치 동맹'을 통해 동맹국의 일정한 이익을 용인해 왔다. 그러나 중국처럼 미국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자국 이익만 추구하는 국가가 등장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흐름을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 재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관세 압박이 단순한 협상용 경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미국 국내 정치 상황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최근 미국내 이민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 등으로 지지율이 흔들리는 가운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외 압박을 통해 경제 성과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관세 위협으로 투자와 양보를 끌어낸 뒤 이를 자신의 성과로 포장하는 전략을 반복해 왔다.
여기에 한국의 디지털 규제와 플랫폼 정책에 대한 미국 측 불만도 변수로 꼽힌다. 정보통신망법 개정 논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강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관세 위협을 통해 통상과 규제 현안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