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연기 사유와 연기 일정 공개 안 해
자금 사정 탓…한국과 중국 대체지로 물망
사우디아라비아가 '열사의 땅'에서 동계아시안게임을 열려던 계획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될 모양이다. 사막에 스키장을 짓겠다는 계획에 발목이 잡혔다. 사우디를 대체할 개최지로 한국을 거론하는 보도도 나온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사우디아라비아 올림픽위원회는 24일(현지 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광범위한 협의 끝에 결정한 사항이라며 연기 사유와 연기된 개최 일정을 공개하진 않았다.
사우디 올림픽위원회 측은 "연기된 개최 일정은 적시에 발표하겠다. 동계아시안게임을 열기 위한 새 날짜를 협상할 것"이라며 "겨울 스포츠 활성화와 선수 및 시설 발전 등을 촉진하기 위해 앞으로 수년 간 단일 겨울 스포츠 행사들을 열 것"이라고 했다.
이번 결정으로 동계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더 많은 지역이 참여할 수 있게 장려하고 추가 준비 시간도 확보된다는 게 두 기관의 설명. 하지만 향후 10년 간 다양한 주요 행사를 유치하겠다던 사우디의 계획에 큰 타격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막 왕국' 사우디는 미래형 스마트 도시 '네옴(NEOM)' 건설 계획을 추진 중이다. 동계아시안게임은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2030년 리야드 엑스포와 함께 네옴 계획의 일부. 석유와 가스 수입에 의존하던 데서 벗어나 스포츠, 문화, 관광 등 다른 부분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다.
2022년 사우디는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됐다. 네옴의 산악 지대 트로제나에 겨울 레저 복합 리조트를 짓고 대회를 열겠다는 것. 트로제나는 자연 눈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기온이 낮아 인공 눈을 뿌린다면 경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게 사우디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우디의 '야심찬' 계획은 틀어졌다. 현실이 발목을 잡았다. 유가가 폭락,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사실 네옴 건설 계획 자체도 이른바 '오일 머니' 덕분에 가능했던 구상. 자금 사정으로 네옴 계획 규모가 축소되면서 트로제나 리조트 조성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이를 두고 사우디가 만용을 부린 탓이란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 경우 '그럴 줄 알았다'는 말만 내뱉을 순 없다는 점. 자칫하면 코로나19 사태와 무관심으로 인해 개최가 무산된 2021 동계아시안게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AFP통신 등 외신들은 한국과 중국이 대체 후보지로 거론된다는 얘기를 전하고 있다. 한국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경험이 있다. 중국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뿐 아니라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을 개최, 운영해봤다. 실제 아시아올림픽평의회는 지난해 양국에 그럴 의사가 있는지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평창 대회 때 쓴 시설을 유지하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유지비는 많이 드는데 마땅히 활용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특히 대형 동계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한 곳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그렇다고 쉽게 개최를 결정할 순 없다. 국내에서 동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아무래도 하계 스포츠보다 적다. 게다가 대회를 제대로 치르려면 전면적으로 시설을 재정비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 손익 계산을 따져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