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베이커리카페, 상속세 '꼼수 통로' 되나

입력 2026-01-25 12: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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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수도권 고액 자산가 운영 실태 전면 점검…탈세 땐 조사 전환

국세청이 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카페에 대한 운영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사례를 선제적으로 걸러내기 위한 조치로, 조사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확인될 경우 별도의 세무조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25일 서울·경기 지역에 위치한 자산 규모가 큰 일부 대형 베이커리카페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세금 추징을 전제로 한 정기·비정기 세무조사가 아니라, 가업상속공제 제도 악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황 파악 성격의 조사다. 다만 창업자금 증여, 자금 출처 부족 등 명백한 탈세 정황이 드러날 경우에는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커피전문점인지 베이커리카페인지 확인
사실상 커피전문점인지 베이커리카페인지 확인

◆ 업종 위장·자산 남용…"형식적 운영 여부 집중 점검"

조사 대상은 최근 개업이 급증한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카페 가운데 자산 규모, 부동산 비중, 매출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별한 일부 사업장이다. 전수조사는 아니다. 국세청은 이들 사업장이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 요건을 실제로 충족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

우선 베이커리카페로 등록했지만 실제로는 제과시설 없이 완제품 케이크를 소량 판매하고, 커피·음료 매출 비중이 높은 사실상 커피전문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커피전문점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업장 자산이 공제 대상인 가업용 자산에 해당하는지도 주요 점검 대상이다. 베이커리카페 부지 내에 운영자 부부가 거주하는 전원주택이 포함된 경우, 해당 토지는 사업용 자산이 아닌 주택 부수토지로 분류돼 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 자산가액 대비 매출 규모, 상시 고용 인원, 매출·매입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상적인 사업 운영 여부를 살핀다. 오랜 기간 다른 업종을 운영하던 고령의 부모가 대형 베이커리카페를 개업하고, 개업 직전 자녀가 회사를 그만둔 사례처럼 명의와 실질 운영자가 다른 경우도 점검 대상이다.

법인 형태의 베이커리카페는 대표이사의 실제 경영 여부와 지분 구조를 들여다본다. 가업상속공제나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는 피상속인이나 증여자가 법인을 10년 이상 실제로 경영해야 적용할 수 있어, 형식적 대표이사 등재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 가업상속공제 본래 취지 훼손…제도 개선·사후관리 강화

가업상속공제는 중소·중견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다음 세대로 이전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기업을 상속인이 승계하면 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베이커리카페 부수토지 내 주택 소재해 부수토지의 사업용 자산 여부 확인
베이커리카페 부수토지 내 주택 소재해 부수토지의 사업용 자산 여부 확인

하지만 최근 제과점업에 해당하는 베이커리카페가 상속세 절감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예컨대 서울 근교 300억원 상당 토지를 그대로 상속하면 130억원대의 상속세가 발생하지만, 해당 토지에 대형 베이커리카페를 개업해 10년간 운영한 뒤 상속하고 자녀가 5년만 유지하면 상속세가 사실상 '0원'이 되는 구조다. 이 같은 절세 방식이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사실로 확인된다.

국세청은 이런 사례가 가업상속공제의 본래 취지에 어긋나고 조세 정의를 훼손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도의 편법 활용 문제를 지적하며 대응 방안을 질문한 바 있다.

국세청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향후 가업상속공제 신청 심사에 반영하고, 공제 적용 이후에도 업종 유지, 고용 요건, 자산 처분 제한 등 사후관리 이행 여부를 더욱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정상적인 사업 활동은 가업승계 세무컨설팅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하되, 제도 악용 사례에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