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지수 전년 대비 51.6% 상승
PC용 D램 가격은 7배 폭등, 9달러 돌파
"생산 부족으로 메모리 품귀 현상 심화"
인공지능(AI) 열풍에 반도체 가격이 치솟고 있다. 반도체 생산 비중이 AI 산업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범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진 추세다. 제조사의 설비 운영 전략이 시장 시세를 좌우하면서 반도체 시장 주도권이 생산자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양상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생산자 물가지수(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컴퓨터 전자·광학기기 가격지수는 105.52(2020년=100)로 전월 대비 2.3%, 전년 동월보다는 7.8% 상승했다. 반도체 물가가 뛰어오르며 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세부 품목별 물가 추이를 보면 반도체 가격이 전년보다 51.6% 상승했고, 컴퓨터·주변기기 가격은 4.2% 오른 것으로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의 하나인 D램 가격은 1달 전보다 15.1% 올랐고, 1년 전보다는 91.2% 치솟으며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플래시메모리 가격도 전월 대비 6.0%, 전년 대비 72.4% 뛰었다. 범용 D램 시세는 9달러(약 1만3천원)를 돌파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거래가격은 지난해 3월 1.35달러에서 지난해 12월 9.3달러로 9개월 연속 상승하며 7배 가까이 급등했다.
AI를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고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격이 뛰어오른 것이다. AI가 처리하는 데이터를 2배 확대하려면 메모리는 4배 가까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가격도 유례없는 상승 폭을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사에 올해 1분기 서버용 D램 계약가격을 전 분기 대비 60~70% 인상해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글로벌 기업들의 'D램 확보 경쟁'이 과열되면서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업장, SK하이닉스 본사와 가까운 경기 성남시 일대 호텔들에선 아마존, 구글 등 기업의 구매 담당 직원들의 장기 투숙이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 콜(전화 회의)에서 올해 HBM4(6세대 HBM) 물량이 사실상 완판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시장은 생산시설 부족으로 인한 메모리 품귀 현상이 심화했다. 올해 내내 가격 상승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며 "글로벌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선점 전략이 확고하기 때문에 공급자 우위시장이 유지되며 실적과 주가를 동시에 밀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