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만나줘" 女중생 망치로 내려친 10대에 대법 "장애 고려해야"

입력 2026-01-23 13:50:00 수정 2026-01-23 15:27:4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재판 자료사진. 매일신문DB
재판 자료사진. 매일신문DB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지적장애 소년의 정신질환 주장을 책임 회피로 단정해 형을 가중한 원심판결이 대법원에서 깨졌다. 소년의 정신질환에 대해 충분한 조치와 심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 군(19)에 장기 9년, 단기 6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9세 미만 소년범은 장기(최장 10년)·단기(최장 5년)의 부정기형을 선고하는데 수형 상태에 따라 수감 기간이 늘거나 줄 수 있다.

A군은 2023년 11월쯤 같은 중학교에 재학 중이며 호감을 품은 피해 여학생(14)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이듬해 6월쯤 살해를 마음먹고 8월께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망치 등 흉기를 미리 구입한 뒤 사건 당일 피해자가 재차 거부 의사를 밝히자 머리를 8차례 내려치는 등 살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변에 있던 시민들의 제지로 미수에 그쳤다.

A군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지적장애 3급을 진단받아 병원에 입원해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지 20일 만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지능지수는 55로 '심한 장애' 등급 수준이다.

1심은 장기 8년에 단기 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상당한 양의 피를 흘렸고, 특히 동맥 부위에 출혈이 있어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었다"며 "가족은 학업과 일상, 경제활동에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는데 피고인은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A군 측은 재판 과정에서 장애인 사법지원(편의제공) 요청을 했으나 1심에서 임상심리전문가가 재판에 관여할 뿐 추가적인 소송 절차상 도움을 받지 못했다.

양측 항소에 열린 2심은 장기 9년, 단기 6년으로 형량을 올렸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공격하게 된 동기가 단순히 자신의 호감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고 다른 참작할 사정이 없다"며 "자신보다 어리고 약한 피해자를 이른 아침 등굣길에 갑작스레 공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대법은 하급심이 A 군의 특성을 고려한 심리와 양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원심은 소년이자 정신적 장애인이고 구속된 상태에 있던 피고인에 대해 절차적 권리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사정이나 사유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장애 내용과 정도, 재범 위험성, 치료감호시설 치료 필요성 등에 관해 감정을 실시하는 등으로 심신미약 여부, 치료감호 청구 요구의 필요성 여부를 가려본 다음 적합한 처분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