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상안 잇단 논의… 학생 설득 작업 이어져
"AI 인프라 투자하고 교원 이탈 막으려면 등록금 현실화 반드시 필요"
사총협, 등록금 규제 헌법소원 검토… 3월 4일 최종 결정
대구권 사립대학들이 지난해에 이어 2026학년도에도 등록금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령인구 감소와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누적된 재정 압박에 더해 물가·인건비 상승, 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까지 겹치면서 '인상이 불가피한 구조'라는 인식이 지역 대학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대구권 사립대들, 등록금 인상 두고 대학·학생 줄다리기 한창
23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역 사립대학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2026학년도 등록금 책정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른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한 A대학교는 지난 22일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열었으나, 총학생회 측은 "대학 본부가 등록금 인상 여부에 대한 논의는 배제한 채 인상 비율에 대한 협의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총학생회는 등록금 인상 여부에 대한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진행할 것을 골자로 한 결의 요구안을 의결하며 맞서고 있다.
B대학의 경우 네 차례의 등심위 끝에 2026학년도 등록금 인상률을 2.7%로 잠정 확정했다. 이는 교육부가 고시한 법정 인상 상한선인 3.19%보다 낮은 수준이다. B대 측은 등록금 인상 논의 과정에서 학생회관 리모델링 등 학생 복지시설 개선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학생 측에 제시했다. 다만, 학생 측은 A대학 총학생회와의 공조 등을 고려해 최종 합의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상태로 전해졌다.
C대학교 또한 23일 등심위를 열었지만 최종 결정은 다음 주로 미뤄졌다. 이 밖에 D대학교와 E대학교, F대학교 등도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대학은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학생 부담을 최소화하고 인상분이 교육·연구 여건 개선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지역 4년제 대학 한 관계자는 "지난해 소폭 인상이 있었지만 가파른 물가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정 비용 증가를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며 "인공지능(AI) 교육 인프라 투자와 연구·교육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재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인 만큼, 등록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교육 여건 개선 위해 인상 불가피" 일부 교수들도 공감대
이러한 인식은 대학 당국뿐 아니라 교수 사회 전반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물가와 인건비 등 대부분의 비용이 상승한 상황에서 등록금만 장기간 동결돼 온 것은 균형 측면에서 문제가 있으며, 우수 교원 확보와 연구비 확충 등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등록금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수 역시 '지식 노동자'로서 생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음에도 윤리나 도덕을 이유로 처우 개선을 과도하게 억제하는 현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부 불만도 감지된다.
지역 한 사립대 교수는 "우리 대학 같은 경우에도 등록금 동결로 인해 교수 급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하락했고, 더 처우가 나은 서울권 대학이나 대기업·연구기관으로 이동하는 교수들도 많이 봤다"며 "이러한 구조가 지속될 경우 우수 교원 이탈이 교육의 질 저하와 학생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등록금 인상은 특정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시설 개선·학생 복지·교육 여건 개선 등 대학 전체로 환원된다"며 "지금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소폭이라도 현실을 반영한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환점 맞은 등록금 동결 유도 정책… 헌법소원 준비 중인 사총협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정부의 최근 등록금 정책 변화와 맞물리면서 확산되는 기조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사립대학의 재정 여건 악화와 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을 고려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2027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고등교육법 11조에 규정된 등록금 법정 상한은 유지하기로 했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2012년부터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 대학에 지원되며 사실상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상당수 대학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포기한 채 등록금을 인상하면서, 정부가 등록금 동결 유도 정책의 한계를 사실상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회장단은 23일 회의를 열고, 사립대 등록금 규제와 관련해 교육부를 상대로 한 헌법소원 추진 여부를 논의했다.
교육부가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2027년 폐지하기로 한 것과는 별개로, 고등교육법에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를 명시해 사립대학의 등록금을 규제하는 현 제도 자체가 대학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총협 관계자는 "앞서 자문 변호사들과 충분한 법률 검토를 진행했으며, 회장단 회의에서도 헌법소원을 추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며 "오는 3월 4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회원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권 사립대학들은 2009년 이후 약 16년간 등록금을 동결해왔으나, 계명대가 지난 2024년 처음으로 등록금을 4.87% 인상하며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2025학년도엔 영남대가 등록금 5.4% 인상을 결정했으며, 계명대 역시 직전 인상률과 같은 4.87%를 인상했다. 이어 경일대와 대구대는 각각 5%, 대구한의대는 5.4% 인상을 결정했고, 대구가톨릭대도 등록금을 4.9% 인상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선 지역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국립대인 경북대가 지난 12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등록금 동결을 확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