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쏠림 탈피 선언...민간 614조·정책 626조 투입
은행권, 담보 위주 관행 깨고 심사역량 강화·KPI 대수술 예고
금융권이 부동산 담보 대출 위주의 '쉬운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으로 자금 물꼬를 트기 위해 향후 5년간 1천24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를 개최해 민간 금융사와 정책금융기관이 합심해 5년간 총 1240조원 규모의 자금을 생산적 분야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iM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한화생명, 삼성화재,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생산적 금융 담당 임원이 참석했다.
먼저 금융위는 기존 자금의 흐름을 ▷부동산·가계대출 중심에서 첨단·벤처·혁신기업으로 ▷예금·대출 위주에서 자본시장 투자로 ▷수도권 중심에서 지방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5대 금융지주와 증권사, 보험사 등 민간 금융권이 614조원을,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626조원을 담당한다.
이는 지난 10월 발표 당시 민간 금융권의 계획(525조원)보다 약 90조원 가까이 증액된 규모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금융이 담보와 보증이라는 익숙한 옛길이 아니라 첨단산업과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길로 자금 흐름을 전환해야 한다"며 금융권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조직 구조와 평가 체계(KPI)까지 뜯어고치며 생산적 금융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 담보가 없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던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기술력과 미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다.
KB금융지주는 '성장금융추진본부'를 신설하고 반도체·AI 등 첨단 산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 애널리스트를 채용하기로 했다. 또한 대규모 인프라 사업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신안우이 해상풍력 사업 등에 대한 금융 주선을 주도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전 직원의 산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생산적 금융 가이드북'을 발간하고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자산운용 계열사를 통해 약 5천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벤처 투자를 확대한다.
iM금융지주는 포항시와 협력해 지역 메가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지주 내에 '미래혁신투자팀' 등을 신설해 지역 특화 생산적 금융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증권업계와 보험업계도 동참한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등은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고, 채권 위주에서 지분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한다. 한화생명과 삼성화재는 사회기반시설(SOC)과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에 집중해 장기적인 수익원 확보와 산업 육성을 동시에 노린다.
국책은행은 리스크가 큰 첨단 산업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자처했다. 산업은행은 'KDB NEXT KOREA' 프로그램을 신설해 5년간 250조원을 공급하며, 특히 AI와 반도체 등 초격차 전략 산업 육성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국민성장펀드 사무국을 설치해 민간 자금의 유입을 유도할 방침이다.
기업은행 역시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에 300조원 이상을 지원하는 'IBK형 30-300 프로젝트'를 가동, 창업·벤처 기업과 지방 중소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한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계획이 보여주기식 숫자에 그치지 않도록 관리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권 부위원장은 "발표된 계획이 진짜 생산적 금융으로 이어지는지 체계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