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맞이 대덕승마장 승마체험기
"몸은 건강해지고, 마음은 치유하고"
"선배, 말의 해인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해 말, 새해 기획에 골몰하던 주말앤 팀. 선택지는 많았다. 말띠 인물 인터뷰, 여러 사람들에게 들어보는 신년 다짐, 말의 해를 겨냥한 독특한 이벤트들…. '뭔가 생동감이 부족해…!' 머리를 싸매던 차에 김세연 기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네 글자. "말 탈까요?"
그래, 말을 취재하면 되잖아? 곧장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대덕승마장에 체험승마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체험자는 연장자에다 말은 한번도 안 타본 이연정 기자. 평소 운동과 거리가 먼 이 기자는 걱정 80%, 설렘 20%로 대덕승마장을 찾는데….
◆말은 칭찬도, 긴장도 다 알아
아니, 대구 시내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 대형 운동장과 여러 동의 건물에 입이 떡 벌어졌다. 앞산자락에 자리한 대덕승마장은 부지 규모만 3만여㎡.
실제로도 전국에서 제일 규모가 큰 승마장에 꼽히는데, 부지뿐 아니라 방문객 수가 압도적으로 국내 1위라는 게 승마장 측의 설명이다. 주중에도 일반 승마 회원 약 60명, 힐링 승마 회원 약 40명 등 100여 명이 꾸준히 찾고, 주말 체험승마도 인기가 높아 평균적으로 하루에 100~120명 가량이 방문한다고.
승마장에 들어설 때부터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귀가 예민한 말이 놀라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 큰 소리로 얘기하거나 웃는 것은 물론, 차 경적소리도 포함된다.
체험승마 대기실에서 충격 흡수를 위한 헬멧과 조끼를 착용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말의 특성 등 기본 상식과 주의 사항을 담은 교육 영상, 안내문을 꼼꼼히 본 뒤 체험승마장으로 향했다.
오늘 함께 할 말은 셔틀랜드 포니인 '여름이'. 22살의 할머니지만 윤기 나는 검은 털을 자랑하며 피아노 건반 같은 갈기가 매력적인, 동안 말(?)이다.
"여름아, 잘 부탁해."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넸다. 올라타기 전에 먼저 가볍게 고삐를 쥐고 두어바퀴 함께 걷는 것으로 체험을 시작했다.
두근두근. 작은 계단에 올라 고삐 대신 안장 위 끈을 쥐고 왼발을 등자에 끼운 뒤, 오른발을 굴러 말 위에 타는 것까지 성공했다. 말 높이가 150cm 정도라고 했는데 오, 생각보다 높다.
"기승자가 긴장하면 말은 금방 알아채고 덩달아 긴장해요. 최대한 긴장을 풀고 말이 걷는 리듬을 느껴보세요."
기본 자세는 옆에서 봤을 때 귀, 어깨, 골반, 뒤꿈치 축이 직선을 이뤄야하고, 앞이나 뒤에서 봤을 때는 귀나 어깨, 발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아야 한다.
머리 속으로는 이해했건만, 긴장을 풀려고 몸에 힘을 빼니 균형을 잃을까 불안했고, 똑바로 자세를 유지하자니 다리와 허리에 빳빳하게 힘이 들어갔다. 허리를 너무 뒤로 젖힌 건 아닌가, 시선은 어디를 봐야하지.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여름이가 놀랄까봐 호들갑을 떨 순 없었다. 정작 여름이는 덤덤하게 안정적으로 걸었는데.
좀 더 걷다보니 말이 네 다리를 각각 따로 움직이며 천천히 걷는 평보 4박자에 조금 익숙해졌다. 허리를 자연스럽게 리듬에 맡기니 한층 편해졌다.
"목덜미도, 엉덩이도 한번 토닥토닥 해주세요. 칭찬이라는 걸 얘네도 알아요."
손바닥이 말의 몸에 닿는 순간, 말의 안정감이 내게도 훅 전해졌다. 말의 체온은 사람보다 조금 높은 37~38℃라는데, 그 따뜻함이 느껴지며 잠시마나 '힐링'의 순간을 경험했다.
이제 말에서 내릴 차례. 교관의 안내에 따라 몸을 앞으로 기울인 뒤 왼발을 먼저 등자에서 빼고, 오른다리를 뒤로 쭉 뻗어 뛰어내리다시피 살짝 내렸다. "여름아 고생했어" 소리가 절로 나왔다.
고작 10분 정도 평보만 했는데, 긴장한 탓인지 내리자마자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듯했다. 과연 코어부터 팔, 다리까지 전신 근육과 감각을 깨우는 데 탁월한 운동이구나.
이어 여름이에게 당근을 먹여주며 마지막 교감을 한 뒤 체험을 마무리했다. 생각보다 훨씬 큰, 왕방울만한 눈망울이 한동안 기억에 남았다.
◆남녀노소 즐기는 레포츠로
체험승마가 끝난 뒤 장은태 수석교관이 승마장 곳곳을 소개하고 나섰다.
대덕승마장은 실내 마장, 실외 마장, 승마힐링센터를 비롯해 3개의 마사동, 퇴비사동, 워킹머신, 사무실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실내 마장은 일반 회원의 강습이 이뤄지며 실외 마장은 체험승마 위주로 사용된다. 승마힐링센터는 말과의 교감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거나, 근육과 균형감 향상 등 몸의 재활을 돕는 재활전용 마장이다.
마사동에는 현재 공단 소속의 49마리, 개인 소유 7마리 등 총 56마리의 말이 각 마방에서 관리되고 있다. 6세부터 22살까지, 200kg대부터 500kg까지 다양한 말들이 이곳에서 지낸다. 또한 시설 가운데의 워킹머신에서는 말들이 이따금씩 운동하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다.
장 수석교관은 "여전히 승마는 일부 부유층의 취미라는 인식이 강하기에, 체험승마나 수준별 강습 등을 통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유연성과 균형감, 말을 다루는 데 쓰이는 전신 근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도전할 수 있으니, 많은 시민들이 찾아 올해의 주인공인 말과 교감하는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