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속으로] 10년 뒤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향할까…20년 간의 프로젝트

입력 2026-01-19 14:39:19 수정 2026-01-19 15: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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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배진희 개인전 'The Decade: The map that leads to us'
2월 11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배진희, London Emrah London
배진희, London Emrah London
배진희, Taiwan Shelly London
배진희, Taiwan Shelly London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배진희 작가. 이연정 기자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배진희 작가. 이연정 기자

"10년 뒤, 우리는 과연 각자의 꿈을 이루고 왓 어 원더풀 데이(What a Wonderful Day)! 를 외치고 있을까?"

20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으로 유학 간 배진희 작가는 쉐어하우스에서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 노르웨이, 대만, 튀르키예,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모인 그들은 서로 장밋빛 꿈을 얘기했고, 작가는 그들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2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 '왓 어 원더풀 데이'의 시작이었다.

10년 후인 2016년, 작가는 다시 그들을 찾았다. 런던을 떠났던 2006년쯤은 스마트폰은 물론 SNS도 없었던 때. 친구들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옛 메일 주소로 편지를 보내며 노력한 끝에 10명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런던에 남았거나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친구들을 직접 찾아가 다시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그로부터 다시 10년. 작가의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진 전문 갤러리인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 139)에서 열리고 있는 배진희 개인전 '더 데케이드: 더 맵 댓 리즈 투 어스(The Decade: The map that leads to us)'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재구성되는지를 사진을 통해 탐구하는 전시다.

전시장에서는 2006년과 2016년, 10년의 시간을 두고 찍은 친구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힙합 음악을 하고 싶어했던 노르웨이 친구는 10년 뒤 다시 만났을 때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약간의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아버지와 절연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던 튀르키예 친구는 런던의 저택에서 부유하게 살고 있었다. 사진에는 찰나의 순간만이 담겼지만 10년이라는 사이에 인물들이 겪어온 세월의 흔적과 서사가 묻어나,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작가는 "처음 사진을 찍을 때는 친구들에 대해 잘 몰랐기에 주변 상황보다 인물을 중심으로 굉장히 타이트하게 찍었다"며 "2016년에 찍은 사진은 인물과 좀 더 거리를 두고 배경을 보여주고, 각자 편한 자세를 취하거나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의 얘기를 계속 들으면서 사진을 찍다보니, 조금 떨어져서 뭔가 설명할 수 있는 요소를 사진에 넣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전경. 이연정 기자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전경. 이연정 기자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전경. 이연정 기자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전경. 이연정 기자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전경. 이연정 기자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전경. 이연정 기자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전경. 이연정 기자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전경. 이연정 기자

여전히 찾지 못한 친구들도 있다. 일본 친구 3명을 찾기 위해 작가는 지난해 일본 오사카에서 전시를 열고, 신문에 사람을 찾는다는 광고도 냈다. 한 명은 찾았지만, 두 명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그 때의 전시장 일부를 이번 전시에서 재현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찾아다니는 것이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이제는 내가 더 이상 친구들의 삶을 찾아가는 사람이기보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이 각자의 시간과 경험을 갖고 내게 도착하는 장면을 관찰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전시장은 마치 공항에서 도착했을 때처럼 꾸며졌다. 'Arrival(도착)'이라고 쓰여진 입구에서 관람객은 선택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30년을 향하는 시점에서, 다시 각자의 길을 떠나는 'departure(출발)'로 향할지, 추억을 함께 쌓아나가는 'Connection(연결)'으로 향할지. 아니면 중간에 놓인 부스에서 지난날의 추억을 되짚어볼 수도 있다.

작가가 이 작업을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뭘까. 그는 단순히 만남의 성취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이미지 위에 쌓이는 시간의 층위와 새롭게 배열되는 관계, 의미 등을 함께 보여준다.

"사진에 어떻게 시간성, 연속성, 나아가 관계성을 담을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영상적인 기법을 사진 한 장, 한 장으로 설명하고 싶었죠. 사진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를 연결하는 하나의 지도가 되고, 여전히 비어있는 지점을 함께 보여줍니다. 이 전시는 종착점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시간이 잠시 교차하며 또 다른 방향을 예비하는 지점이예요."

한편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동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뒤 영국 골드스미스 컬리지에서 MA Media&Image를 Distinction Grade(최우수 등급)로 졸업했다. 현재 홍익대 겸임교수이자 사진 전문 출판사 '머그'의 대표이며, 전시기획자와 프리랜서 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시는 2월 11일까지. 관람료 무료. 일, 월요일 휴관. 053-766-3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