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1년간 47만개 불법현수막 내걸려…단속반과 동행 해보니, 도심 곳곳 불법현수막 나부껴

입력 2026-01-18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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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현수막 적발 건수 2024년 40만6천128건 → 2025년 46만9천70건으로 16% 증가
전날 철거한 곳에 버젓이 현수막 내거려…단속반 눈 피하면서 밤에 게릴라성 설치
신고 의무 없는 정당 현수막…게시 기간 적혀 있어도 실체 설치 시점 파악하기 어려워

16일 오전 10시 30분쯤 찾은 남구 대명역사거리. 단속반 차량에 올라탄 지 10분 만에 설치 장소를 위반한 분양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민간이 제작한 현수막은 신고 절차를 거쳐, 구청이 마련한 지정 게시대에 걸어야 한다. 임재환 기자
16일 오전 10시 30분쯤 찾은 남구 대명역사거리. 단속반 차량에 올라탄 지 10분 만에 설치 장소를 위반한 분양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민간이 제작한 현수막은 신고 절차를 거쳐, 구청이 마련한 지정 게시대에 걸어야 한다. 임재환 기자

대구 도심 곳곳에서 법을 위반한 현수막 공해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설치 장소와 게시 기간을 위반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도심 미관을 저해하고 시민들의 불편 또한 커지고 있다.

16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에서 불법으로 적발된 현수막은 46만9천70건으로, 전년도(40만6천128건)와 비교하면 16%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동구가 9만4천87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달서구 9만3천643건 ▷수성구 7만251건 ▷북구 6만9천721건 ▷서구 5만4천706건 ▷달성군 4만3천967건 ▷남구 1만9천201건 ▷중구 1만6천793건 ▷군위군 5천911건으로 나타났다.

◆ 현수막 단속반과 동행해 보니

"불법 현수막 단속은 설치하는 쪽과의 숨바꼭질과 같아요."

매일신문은 대구 남구청 단속반과 함께 지역 일대를 둘러보며, 마구잡이로 내걸리는 현수막 실태를 직접 확인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찾은 남구 대명역사거리. 단속반 차량에 올라탄 지 10분 만에 설치 장소를 위반한 분양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민간이 제작한 현수막은 신고 절차를 거쳐, 구청이 마련한 지정 게시대에 걸어야 한다.

해당 지점은 전날 단속반이 철거했던 곳이었지만, 하룻밤 사이 같은 유형의 현수막이 다시 걸려 있었다. 불법 현수막을 확인한 단속반은 차량에서 내려 신호등에 모서리마다 묶인 노끈을 하나씩 끊어냈다. 20여초 만에 철거된 현수막은 돌돌 말려 트럭으로 옮겨졌다.

강현진 남구청 광고물팀 주무관은 "현수막을 설치하려는 이들이 단속을 피해 밤에 내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유동 인구가 많거나 상권이 형성된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되는 만큼, 1차 단속도 이런 구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수막을 철거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보행자 안전이다. 강풍이 부는 겨울·장마철의 경우 노끈을 끊어냈다가 현수막이 시민들을 덮칠 우려가 있어서다.

불법 현수막 난립은 주말에 더욱 심해진다. 남구청에 따르면 평일에는 8시간 단속으로 50여 개의 불법 현수막을 수거하지만, 주말에는 4시간 만에 비슷한 규모의 현수막이 적발된다.

두 번째로 단속된 현수막은 앞산네거리 인근이었다. 정비를 위해 트럭을 세워야 하지만 차량 정체로 이어질 수 있어, 단속반은 먼 곳에 주차한 뒤 불법 현수막이 걸린 지점까지 다시 걸어가야만 했다.

16일 찾은 남구 앞산네거리 일대. 차량 통행이 많은 교차로 구간에서의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임재환 기자
16일 찾은 남구 앞산네거리 일대. 차량 통행이 많은 교차로 구간에서의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임재환 기자

차량 통행이 많은 구간에서의 철거 작업은 더욱 위험천만하다. 차량이 오가는 차로에서 철거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교차로 인근에서 현수막을 수거할 때마다 일부 인력이 차량을 향해 작업 중임을 알리는 수신호를 계속해서 보냈다.

◆ 신고 의무 없는 현수막은 단속 어려워

일부 현수막들의 경우 신고 의무가 없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옥외광고물법 제8조에 따르면 집회 등에 사용되는 현수막은 게시 신고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강 주무관은 "현수막에 집회성 의미를 담고 있더라도, 실제 집회가 열렸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게 일일이 연락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당 현수막 설치 또한 별도로 구청에 통보해야 할 의무가 없다. 이로 인해 법적으로 설치가 금지된 어린이보호구역이나 소방시설 인근에도 무분별하게 내걸리는 실정이다.

아울러 정당 현수막은 법적으로 현수막에 게시 기간을 표시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설치 시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정당 현수막의 위법 사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행정안전부가 17개 시도별로 단속한 실적을 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정비 대상에 오른 현수막은 7만3천897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대구에서 확인된 사례는 5천906건으로 전체의 약 8%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설치 기간 위반이 4천931건으로 가장 많았고, 장소 위반 279건, 설치 방법 위반 260건 순이었다.

16일 오전 찾은 남구 앞산네거리 일대. 신호등에 노끈이 셀 수 없이 묶여 있는 모습. 현수막 설치 주체가 철거에 나서더라도 현수막만 떼어 가고 노끈은 그대로 남기는 경우가 적잖다. 임재환 기자
16일 오전 찾은 남구 앞산네거리 일대. 신호등에 노끈이 셀 수 없이 묶여 있는 모습. 현수막 설치 주체가 철거에 나서더라도 현수막만 떼어 가고 노끈은 그대로 남기는 경우가 적잖다. 임재환 기자

현수막 설치 주체가 철거에 나서더라도 현수막만 떼어 가고 노끈은 그대로 남기는 경우가 적잖다. 이날 전신주와 신호등, 가로등 곳곳에는 셀 수 없이 묶인 노끈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선거철 또는 명절 대목을 앞둔 시점에는 현수막 난립은 더욱 심해진다. 남구의 경우 평소 4인 1조로 운영되던 단속반을 2개조로 늘려 집중 정비에 나서고 있다.

남구청 단속반이 어제부터 이틀간 철거한 불법 현수막은 90여개. 철거했다고 작업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현수막과 각목 등을 소각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서다.

남구청 관계자는 "현수막들을 불에 태우면 환경이 나빠지기 때문에 지난해부터는 일부 기관에서 진행하는 소각 과정에서 재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며 "불법 현수막들에 대해선 상시 단속으로 철저히 정비 중이며 불법 게시하는 곳을 찾으며 합법적으로 내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도 응하지 않는 불법 현수막들에 대해선 적극 행정처분이 이어진다"고 당부했다.

남구청 단속반이 어제부터 이틀간 철거한 불법 현수막 90여개 모습. 임재환 기자
남구청 단속반이 어제부터 이틀간 철거한 불법 현수막 90여개 모습. 임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