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병오년 새해부터 선거 분위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여당은 내란 세력과 '윤 어게인'을 원천 봉쇄하며 야당을 향해 극우 프레임을 강화해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12·3 계엄 사태에 대한 장동혁 대표의 사과로 윤 어게인과 거리를 두면서도 보수정당으로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혁신과 변화를 보여줄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야당은 이른바 '당게 사태'를 문제 삼아 한동훈 전 대표의를 제명 처리하며 당내 '한 어게인'을 진입 단계부터 봉쇄하고 있다. 당의 인적 쇄신보다는 당심을 우선하는 모양새다. 당내 소장파들은 윤리위 결정을 거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한동훈 전 대표는 외곽을 다지며 지방선거 출마 진입로를 마련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당게 사태'를 포함 당을 향해 한 대표 스타일의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며 마이 웨이를 고집하지만, 이번 제명 사태로 집을 잃었으니 그의 정치 행보 관련 손익계산서는 혼란스러워졌을 것이다.
어찌 됐든 장동혁 대표가 당명을 바꿔서라도 당을 쇄신하겠다고 했는데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주문할 만한 음식이 마땅히 없는데 간판을 바꾸고 포장을 바꾼다고 메뉴가 바뀌겠냐. 주방장을 당장 바꿔야 한다"며 웹툰 대사 같은 조롱의 수사를 날리고 있다. 간판을 바꾸고 주방장까지 바꿔도 국민이 주문할 음식을 찾을지 모를 일이다. 야당의 혁신안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6월 지방선거에서 결판이 나겠지만, 핵심은 중도층을 흡수하고 보수정당으로서 국민적 신뢰를 받기 위한 정치적 출구전략이 당의 인물론과 정치 혁신안 속에서 방향을 찾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먼지 날리기식 혁신과 제명 처리보다도 보수 가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국민들의 지배적 인식이다. 한 대표도 야당도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은 김병기 의원 공천 헌금 의혹이 터지자 제명안으로 속도전 대응을 하고 있고, 야당과 범야권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인 이혜훈 전 의원이 부정 청약으로 보이는 기막힌 재테크로 30억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은 정황과 함께 드러난 12가지가 넘는 '끝판왕' 관련 의혹에 방아쇠를 당겨 총격을 가하고 있다. 환율과 강남 집값은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장바구니에 밀가루 하나 담는 것조차 버거운 한국 경제의 불안 속에서 정치권은 집안 다툼과 당심만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국민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는 새해에도 여전히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당명을 바꾸는 것도 좋고, 공천 헌금 사태에 발 빠른 제명안도 좋으니, 제발 국민들이 살 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피부에 와 닿는 당과 정부의 혁신안이 먼저다. 정치 분열을 없애고 국민 대통합을 이루며, 태극마크를 달고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싸워달라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런 가운데 곧 다가올 한국 연극계의 선거 분위기도 정치권 못지않다. (사)한국연극협회는 전국에 16개 지회, 109개 지부로 운영되고 있다. 광역시·도 및 전국 군소도시에 연극협회가 조직되어 있고, 연극인으로 등록된 인원수도 대략 1만 명에 달한다. 순수예술 장르로는 만만치 않은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4년마다 치러지는 한국연극협회 전국 지부 협회장 및 지회장을 선출하는 올해 선거도 초반부터 열기가 뜨겁다. 해당 지부 및 지회 회원인 연극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협회장으로 등판한 후보들은 창작환경 개선과 회원 복지, 연극 생태계의 확충과 창작지원 예산 확충 등 기본적인 창작환경 개선과 지역의 연극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공약으로 변화하는 혁신적인 연극협회가 될 수 있는 구조와 창작 환경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후보들이 지역 연극을 발전적으로 견인하기 위한 공약으로 표심을 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일부 지역에서는 연극 환경을 살리겠다는 정책은 실종되고 불신으로 인한 공격이 정치권 못지않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특히 연극협회장 선거가 과열 양상을 보인 곳은 전국에서 투표권 선거인 수가 가장 많은 S지역이다. 단독 후보로 진행될 것 같았던 S 지역은 L 후보가 뒤늦게 후보로 나서면서 2파전으로 치러졌다. 두 후보는 창작 환경 개선과 예산 확보, 회원들을 위한 복지 증진과 더 많은 회원 혜택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상호 협력하고 포용하는 협치의 분위기 속에서 부드러운 선거전이 예상되었으나 복병은 따로 있었다. 한 후보자의 협회 신규 회원 입회 심사 과정의 장애인 차별 논란이 갑작스레 재점화되면서 추측성 발언과 전략적 이슈 만들기 공격의 진원지를 놓고 소셜 네트워크에서 난타전이 벌어졌고, 특정 언론까지 나서 협회 회원 입회를 신청한 배우 겸 연출가를 향한 차별 논란에 불을 당겼다. 해당 후보는 논란에 대해서는 정중히 사과했지만 신규 회원 심사 과정의 장애인 폄하 발언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고, 이에 장애인 단체까지 나서 장애인 차별 논란이 있었는지에 대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공방전 속에서도 해당 후보는 총투표인 750명 중 67.86%에 해당하는 509표의 지지를 얻어 장애인 차별 논란의 허들을 넘어 당선됐다. 바로 김도형 신임 서울연극협회 회장과 김정근(연출), 이시원(작가) 부회장이다.
김도형 당선인이 논란을 잠재우고 압도적 지지로 힘을 얻었지만, 그럼에도 대학로의 '카더라 통신'이 불러온 장애인 차별 논란 뒤에 숨겨진 선거용 이슈 만들기의 풍경은 여전하다. 선거 뒤에도 소셜 네트워크의 공방전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튀어나오는 비방과 녹음 파일, 흑색 선전과 인신 공격은 정치권 정도는 아니지만 연극을 잘 만들자고 4년마다 선출하는 협회장 선거가 정치를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하다. 한국 연극계가 단일대오로 똘똘 뭉쳐도 정부의 지원 예산 부족과 열악한 창작 환경을 돌파하기 힘든데, 대한민국 현실 정치를 닮아가는 지금의 풍경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어찌 되었든 새로 선출된 집행부는 앞으로 신규 회원 입회 과정에서 차별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시대 흐름에 맞게 관련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한다. 나아가 서울 연극을 대표할 만한 동시대 작품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회원, 비회원 연극인 모두가 신뢰하고 필요로 하는 협회로 도약해야 한다. 서울연극협회의 얼굴은 '서울연극제'이다. 작품들이 평균화 됐다는 말도 나오고, 동시대적 감각성이 예년만큼 탄력적이지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협회 회원들의 직선제로 치러지는 시·도 지부, 지회 선거와는 달리 한국연극협회의 수장(이사장)을 선출하는 선거는 대의원제로 치러져 이미 과열 분위기다. 대의원제도에 따라 전국의 지회, 지부의 규모와 회원 수에 따라 협회장이 대의원 자격을 부여하고 대위원에게는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선거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이번 선거의 선거인 수는 대략 500여 명 안팎으로 추산되며, 내달 2월 9일 선거가 치러진다. 역대 이사장 선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후보 4파전으로 전국을 누비며 지역과 대의원들의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기호 1번 오태근 후보는 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을 한 경력과, 현재 3선 연임한 충청남도예술총연합회 회장으로서 이재명 정부와 한국연극협회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오 후보의 장점은 한국연극협회를 이끌어본 경험과 정치권 인사들과의 유연한 관계를 내세우며, 안정된 예산 확보를 위한 '소통맨'으로 적임자임을 강조하는 데 있다. 이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한국연극 재도약, 국가적 인식 변화로 한국연극에 대한 국가적 의미 부여를 받아내 대정부 협상을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라며 공약 실행 선언으로 발표하고 있다. 기호 2번 박현순 후보는 현역 한국연극협회 수석 부회장으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과 대구연극협회, 배우협회를 두루 거치며 행정과 조직, 정책을 안정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문화예술계 인사들과의 관계가 넓은 것도 국제교류의 장점이다. 연극을 서울에서 시작했으면서도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연기상과 연출상, 무대미술상을 수상하며 연극 분야를 섭렵한 45년 이상 활동한 강점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서울과 지역의 한국연극협회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기호 3번 박정의 후보는 "한국연극협회의 역할을 재정의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서울연극협회장을 해본 경험으로 연극할 수 있는 삶, 연극만 하면서 살 수 있는 삶, 연극으로 즐거운 삶을 강조하며 한국연극협회를 이끌어갈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전 서울연극협회장으로 서울권의 대의원들 표심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는 프리미엄 위치에 있으면서도, 지난 4년 협회 평가가 대의원의 표심을 바꿀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호 4번 이홍기 후보는 대구연극협회를 연이어 연임하면서 대구를 기반으로 한 창작환경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픈런을 기록하고 있는 공연 〈오백에삼십〉을 대중적으로 성공시키며 경영적인 감각과 행정 경험의 장점을 내세우고 있으며, 한국연극의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적임자임을 강조하면서 전국 대의원들의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사)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선거가 불과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 역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선거 중 최다 후보가 출마한 선거인 만큼, 과반 확보 없이 1·2등 후보를 대상으로 한 재투표로 승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판세 분석이 우세하다. 예상하지 못했던 후보자가 합류하며 4파전의 양상이 되었지만, 일각에서는 4명의 후보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략 50~100여 표 차이를 예상한다든가 서울·경기권 대의원들이 이번 이사장 선거의 캐스팅 보드를 쥐고 있다든가 등의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어느 후보자가 과반 이상을 확보할 것인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후보들은 자신이 우세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과열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먼저 치러진 서울연극협회 선거처럼 이슈 만들기용 정치적 네거티브 전략은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는 만큼, 후보들은 현재까지는 선거사무소 개소식으로 세력을 다지며 지역을 돌며 정책을 중심으로 표심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들은 막판 뒤집기를 할 수 있는 협력 후보를 파트너로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적 유동표 흡수를 위한 막판 단일화보다는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 유리하다며 홀로 완주를 선택한 후보도 있다. 협력이 독배가 될지 축제의 잔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파트너십이 4년 동안 안정적 정책으로 흘러간 적이 없었다는 점은 교훈으로 삼을만하다. 오히려 먼저 치러진 서울연극협회 선거를 통해 배운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연극인들의 마음을 읽어낼 수 없는 정치적 네거티브 전략은 그 어떤 공약을 앞세우고 경력과 인물을 강조해도 연극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연극을 통해 수많은 예상 경험을 하며 시대를 읽고, 사회적 비판을 무대 위에 날카롭게 올리면서도 왜 자신들의 선거에서는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는지 모르겠다. 연극이라는 예술은 혼자 할 수 없고, 협력과 소통, 창작자들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사실 말이다.
한국연극계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처럼 내부 총질이 난무할까 두렵다. 이번 선거의 진검승부는 연극인들을 정책으로 설득하는 기술이 되어야 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협회가 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선된 뒤 실천으로 공약을 지키고, 한국연극협회를 연극인 모두의 조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새로 선출될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전국의 연극 생태계가 양극화 없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시대의 변화를 함께 하는 모든 연극인의 협회가 될 수 있도록 정책과 규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원칙으로 소임을 다하는 당선자야말로 분열과 갈등,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적임자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선거의 안전한 병법(兵法)이다. 유연한 리더십과 소통으로 변화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을 기대한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