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전진기지 영일만항] '북극항로 시대' 대비해 몸집 키운다

입력 2026-01-14 17: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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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파제 2단계 착공…항만 부지 대폭 확장
바다·철도·하늘 잇는 복합 물류 체계 구축 기대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포항 영일만항의 잠재력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매일신문 DB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포항 영일만항의 잠재력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매일신문 DB
포항 영일만항 항세도.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제공.
포항 영일만항 항세도.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제공.

경북 포항 영일만항이 남방파제 확장을 시작으로 '북극항로 거점 항만' 도약에 나선다.

이번 공사는 단순히 거친 파도를 막는 방패를 세우는 차원을 넘어선다. 항만 운영의 필수 조건인 '정온 수역'(파도가 잔잔한 수역)을 확보해 2단계 배후단지라는 광활한 영토를 넓히고, 나아가 위성 데이터와 대교·철도로 이어지는 '육·해·공 입체 물류망'을 완성해 영일만항을 명실상부한 '북극항로의 중요 관문'으로 도약시킨다는 전략이다.

◆방파제가 열어주는 '축구장 83개' 새 영토

이 공사를 통해 체감되는 가장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변화는 '물리적 영토'의 획기적인 확장이다. 그동안 영일만항은 북방파제와 일부 남방파제(1단계)만으로는 동해의 거친 너울성 파도를 완벽히 차단하지 못해, 악천후 시 선박 접안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번에 첫 삽을 뜨는 남방파제 2단계(1.3㎞) 구간은 항만의 입구를 걸어 잠가 항만 내부를 호수처럼 잔잔하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정온 수역' 확보는 항만 확장의 필수 전제 조건인 '2단계 항만배후단지' 조성을 가능하게 만드는 열쇠다. 바다를 매립해 만들어야 하는 2단계 부지의 특성상 파도를 막아줄 방파제가 선행되지 않으면 매립 공사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영일만항 배후단지는 1단계(67만㎡) 조성이 완료돼 있고, 기업 유치를 위한 추가 용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양수산부 고시(제4차 항만배후단지 개발 종합계획)에 따르면 향후 조성될 2단계 배후단지의 면적은 약 59만㎡에 달한다. 이는 국제 규격 축구장 약 83개를 합친 면적이면서, 이미 준공된 1단계 전체 넓이에 육박한다.

남방파제가 완공되고 2030년을 목표로 잡힌 2단계 부지까지 조성되면 영일만항의 배후단지 총면적은 약 126만㎡로, 지금의 2배로 넓어진다. 단순한 하역 항만이 아니라 가공, 조립, 국제 무역이 동시에 이뤄지는 거대 복합 물류 기지로 항만의 '체급'이 바뀌는 셈이다.

◆위성으로 얼음길 뚫는 '바다의 관제탑'…북극항로 선점

영토 확장과 더불어 경북도와 포항시는 고부가가치 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승부수로 '북극해운정보센터'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열리고 있는 북극항로는 부산~로테르담 기준 운항 거리를 기존 수에즈 운하 항로 대비 32%(약 7천㎞), 운항 일수는 열흘가량 단축시킬 수 있는 '물류 혁명'의 현장이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유빙(떠다니는 얼음)과 예측 불가능한 기상 탓에 글로벌 선사들이 섣불리 진입하지 못하는 난제가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바로 이 '불확실성'을 기회로 봤다. 포스텍(POSTECH) 등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초소형 위성 기술과 AI(인공지능) 분석 역량을 접목해 북극해의 해빙 변화와 위험 정보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선박에 제공하는 '바다의 비게이션' 역할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히 화물만 처리하는 항만이 아니라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전 세계 선박에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을 안내하는 '글로벌 해양 데이터 센터'로서의 기능을 장착하겠다는 것이다. 영일만항이 부산항 등 다른 대형 항만과의 물동량 경쟁에서 벗어나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특화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복안으로 평가된다.

◆대교·철도 잇는 '트라이포트'…물류지도 다시 그린다

방파제로 바다를 잔잔하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육지 길을 뚫을 차례다. 남방파제와 나란히 포항 앞바다를 가로지르게 될 '영일만 횡단대교'(18㎞)와 '철도망'은 영일만항을 고립된 '섬'에서 사통팔달의 '허브'로 바꿀 핵심 열쇠다.

영일만 횡단대교는 포항 남구의 철강산업단지(블루밸리 등)와 북구의 영일만항을 바다 위로 최단 거리 연결하는 '물류 대동맥'이다. 그동안 도심을 우회하느라 낭비됐던 물류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배후 산업단지의 경쟁력을 항만으로 직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동해선 철도와의 연계는 영일만항의 위상을 '경북의 항만'에서 '유라시아의 관문'으로 격상시킨다. 지난해 개통한 동해선 전철화에 이어 인입 철도가 활성화되면 강원도와 북방 지역의 자원이 철도를 타고 영일만항으로 집결하게 된다. 나아가 향후 개항할 대구경북(TK)신공항의 항공 물류까지 더해진다면 '항만-철도-항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트라이포트'(Tri-port) 복합 물류 체계도 완성된다.

지역 항만업계 관계자는 "남방파제 2단계 착공은 멈춰있던 영일만항의 시계를 다시 돌리는 일"이라며 "방파제로 안전을 확보하고, 정보 센터로 북극 길을 안내하며, 대교와 철도로 물류를 소통시키는 이 3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영일만항은 환동해 경제권의 진정한 중심축으로 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