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활주로는 없어도, 이력 환승객은 불티난다
병오년(丙午年) 벽두, 대구경북신공항(TK신공항)이 다시 뜨고 있다. 저마다 꼬인 실타래를 풀 '적임자'임을 자처해서 그렇다. 여의도에서 유행하는 '난가병(다음 대통령은 나인가?) 환자'가 지역에도 등장했다.
포문을 연 건 도백(道伯)이었다. 한동안 멈춰 있던 공항 사업 추진을 위해 지자체 재정 투입 방안을 제시했다. 여의치 않다면, 법·제도 개정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본인 말마따나, '생니 뽑는 심정'으로 신공항에 올인(all-in)했는데 오죽 답답했으랴.
사실, 새로운 제안도 아니었다. 정확히 1년 전에도 이를 제안했었다. 복잡했던 당시 상황으로 이슈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은 다르다. 선거가 코앞이다. 선거 꿈나무들에게 이만한 '떡밥'은 없다.
그들 모두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NO'를 외쳤다. 의견이 통일된 이유는 단순하다. 현직(現職)을 까야, 도전자가 더 뜨는 게 이치다.
그들은 말한다. '현행법으로 불가하니, 대신 정부를 설득해 국비를 받자'고. 야당 인사가 마치 여당 실세가 말하듯 말한다. 정작 등 따시고 배부를 때 그들은 무엇을 했나. 국비는커녕,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다.
혹, 협치(協治)를 쌈 싸먹은 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허튼 기대'다. 차라리 타임머신 만들어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게 더 나을 듯싶다.
그것도 아니라면, 안락한 '쉼터'가 필요해진 것일 수도 있다. 지긋지긋한 '내란 몰이'에 지쳤다면, 일정 부분 공감은 된다. 그러나, 이해는 안 된다.
그들 대부분은 강산이 두어 번 가까이 바뀌도록 '금배지'를 달았다. 무려, 나라 살림을 책임졌던 '곳간지기'들도 있다. 집권 여당 대표 찬스로 날아온 '낙하산'도 있다. 지역 내 합의로 공항 이전지가 확정된 이후 지난 6년간, 분명한 역할을 해야 할 자리에 있었다는 의미다.
덕분에 삽 못 뜬 TK신공항은 '환승(換乘) 맛집'이 됐다. 아쉽게도 뜨라는 미주·유럽행 여객기 대신 '이력 갈아타기 허브(hub)'가 된 게 문제일 뿐이다.
과거에도 공항 해결사를 자처한 이가 있었다. 하방 이후, 필생의 꿈을 위해선 무언가가 필요했다. 특별법 제정,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plan) 등 요란했다. 결국 실타래는 못 풀었다.
이 모든 게 그의 탓은 절대 아니다. 푸틴의 전쟁, 얼어붙은 글로벌 경기,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 뜬금없는 비상계엄, 이어진 탄핵까지 예측 못 한 악재가 계속됐다. 원인이 어찌 됐든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대한민국 정치(政治)는 '얕은수' '무리수'를 남발한다. 영남권 신공항 사업이 그랬다. 어설프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지었다. 그러자, 후안무치(厚顔無恥)가 전공인 다음 정권은 한술 더 떴다. 자당(自黨)의 추악한 성범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를 위해 가덕도신공항을 기획했다. 속전속결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푯값 떨어지는 TK신공항은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선거철에만 북적이는 곳, 회수 못 할 어음만 넘치는 곳이 됐다.
진정 국가와 민족, 지역과 공동체를 위한 일꾼은 없다. 입신양명(立身揚名)만을 꿈꾸는 자(者)들뿐이다. 너무 후지다. 그래서, 슬프다.
새벽 일찍 일어나 인천 가고, 부산 가는 대신 집 앞에서 버스·기차나 드론 타고 가는 공항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쉽다.
정치가 후져서 미안해, TK신공항.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