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대구 도심 현수막 난립…설치 기준은 '무용지물'

입력 2026-01-04 14:01:58 수정 2026-01-04 19:25:38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설치 기준 위반한 정당 현수막 수두룩…"현수막 공해에 불편 크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정비 대상에 오른 현수막은 7만3천897건…대구에선 5천906건으로 전체 8% 차지

2일 오전 찾은 대구 동구 신천동 청구네거리.
2일 오전 찾은 대구 동구 신천동 청구네거리. '새해 인사' 문구가 적힌 정당 현수막들이 거리 곳곳에 내걸린 가운데, 유난히 낮게 설치된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현수막의 하단 높이는 일반적인 어른 키보다 낮았다. 보행자 통행을 고려해 현수막 하단을 지면에서 2.5m 이상 확보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무시한 것이다. 임재환 기자

#2일 오전 찾은 대구 동구 신천동 청구네거리. '새해 인사' 문구가 적힌 정당 현수막들이 거리 곳곳에 내걸린 가운데, 유난히 낮게 설치된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현수막의 하단 높이는 취재진의 키(178㎝)보다 낮았다. 보행자 통행을 고려해 현수막 하단을 지면에서 2.5m 이상 확보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무시한 것이다.

이곳을 지나던 동구 주민 A(63) 씨는 "규정까지는 몰랐지만 사람 머리보다 낮게 설치된 현수막들은 여기저기에서 많이 보인다. 시야 확보도 어려운데 선거철이 되면 우후죽순으로 현수막들이 설치돼 피로감이 더욱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북구에도 불법 현수막들이 즐비했다. 정당 현수막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설치가 금지되지만, 이곳 유치원 일대에는 10개에 가까운 현수막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마찬가지로 스쿨존으로 지정된 동구 동신초 인근과 수성구 동일초 주변에서도 신호등에 묶인 현수막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매일신문이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 도심 일대를 둘러본 결과, 상당수 지역에서 설치 기준을 위반한 정당 현수막이 확인됐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현수막 난립이 더욱 심해지는 만큼, 보행 안전과 도시 미관을 둘러싼 시민 불편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같은 날 북구에도 불법 현수막들이 즐비했다. 정당 현수막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설치가 금지되지만, 이곳 유치원 일대에는 10개에 가까운 현수막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임재환 기자
같은 날 북구에도 불법 현수막들이 즐비했다. 정당 현수막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설치가 금지되지만, 이곳 유치원 일대에는 10개에 가까운 현수막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임재환 기자

옥외광고물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이 교차로·횡단보도 주변에 설치될 경우 밑단 높이는 2.5m 이상 돼야 한다. 스쿨존과 소방시설 인근은 설치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각 정당이 걸 수 있는 현수막 개수도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제한돼 있다.

관련법령은 설치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만, 실상은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내걸리면서 무법지대에 가깝다. 설치 기간을 위반한 사례도 적지 않다. 법상 설치 기간인 15일이 지나도 현수막이 철거되지 않아, 지자체가 대신 정비에 나서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현수막을 설치한 주체(정당)가 철거해야 한다. 기간이 지났는데 수거해가지 않으면 정당 쪽에 연락을 취해서 일일이 철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구청이 현수막 설치 시점을 파악하면서 관내 전역을 점검하고 정비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당 현수막이 위법으로 설치된 사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행정안전부가 17개 시도별로 단속한 실적을 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정비 대상에 오른 현수막은 7만3천897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대구에서 확인된 사례는 5천906건으로 전체의 약 8%를 차지했다.

더 큰 문제는 오는 5월 2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되면 현수막 관리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 기간에는 정당 현수막이 옥외광고법이 아닌 공직선거법에 적용받는데, 하단 높이와 관련한 규정이 없고 스쿨존·소방시설에도 설치할 수 있다.

또 읍면동별로 2개씩 제한됐던 현수막이 선거 기간에는 장소 제한 없이 설치될 수 있다. 읍면동이 5곳이라면 최대 10개의 현수막을 유동 인구가 많은 지점에 몰아 설치할 수 있어 난립 우려가 커진다는 것이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다수 선거 현수막들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고 정당들은 지정된 장소에 부착해야 한다"며 "지자체에서도 정당 현수막을 붙인 주체에게 관용을 베풀 것이 아니라 엄격한 잣대로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불법 현수막에 대해서는 구청별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선거기간은 중요한 시기인 만큼 구·군과 협의해 지속적인 지도·단속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