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속으로] 조경재 작가 "보이는 대로 보고 사유하는 행복, 관람객들도 느끼길"

입력 2026-01-02 12: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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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까지 갤러리 팔조 대구

조경재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팔조 전경. 이연정 기자
조경재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팔조 전경. 이연정 기자
조경재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팔조 전경. 이연정 기자
조경재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팔조 전경.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조경재 작가.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조경재 작가. 이연정 기자

"이 작품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나요?", "작품을 어떻게 보는 게 좋을까요?"

보통 작품을 만난 관람객들은 '친절한 작가'를 기대한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작업했는지, 감상자가 작품을 어떻게 봐주길 바라는지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작가.

조경재(46) 작가는 과감하게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작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했든,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관람객과의 만남을 통해 각자의 사유 속에서 완성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결국 만든 이가 아니라 보는 이라는 것.

그래서 그의 작품은 많은 질문을 꺼내게 만든다. 사진인가 회화인가, 오브제들은 왜 저렇게 배치됐나, 왜 작품들을 아우르는 전시 제목은 '보이지 않는 배우들'인가. 그와 동시에 많은 상상을 하게도 만든다. 화면 속 오브제를 놓는 작가의 움직임과 긴 시간의 관찰, 셔터를 누르는 순간까지의 과정까지.

"그러한 질문들에 일일이 답하기보다, 관람객의 몫으로 돌리고자 한다"는 그가 이러한 작업 태도와 작품 세계를 갖게 된 것은 독일 유학 당시의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쳤다.

경남 진해 출신의 작가는 한국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독일 뮌스터 미술대학에서 마이스터슐러 과정을 수료했다. 유학 당시 그는 자신의 작업을 말로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작가의 기본이라고 여기는 한국과 전혀 다른 교육 방식에 놀랐다.

"독일에서는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었어요. 당시 독일 지도교수님이 하나의 컨셉이나 주제의식을 갖고 시각화하는 것은, 말하고자 하는 대로만 보이게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보는 사람이 개입할 수 없는 너무 친절한 작품은 당장 성과를 내긴 좋겠지만 작가로서의 생명력은 짧다고 하셨죠."

그는 작품을 만들기 이전에, 내가 어떻게 보고 반응하는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시각 교육을 받게됐다고 설명했다. 수강생들과 함께 각자 보여지는 대로 얘기를 나누며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재미난 얘깃거리가 생기는 경험은 그의 작업 태도를 형성하는 핵심이 됐다.

그는 "전시 감상이 숙제처럼 여겨졌었는데, 태도를 바꾸고나니 내가 보는 방향에 따라 수만가지 상상을 할 수 있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얘기 나누며 더욱 확장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며 "시각적인 반응을 오롯이 느끼며 삶을 향유할 수 있으면 행복감이 커진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갤러리 팔조에 전시된 조경재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 팔조에 전시된 조경재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 팔조에 전시된 조경재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 팔조에 전시된 조경재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귀국 후 그는 본격적인 작업 활동을 펼쳐왔다. 초창기에는 물건을 수집해 사진에 담는 작업이었는데, 사물이 가진 본래의 용도나 성격이 아닌 물성만 드러나도록 표현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후 그의 작품은 신체적 표현이 더해진 작업으로 나아갔다. 거대한 오브제를 직접 만들고 칠하고 부수며 하나의 무대를 연출한 뒤 사진에 담는다. 이 과정에서 물체는 원래의 기능을 잃고 물질의 고유한 색채와 형태로만 남겨져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공연 연출가로도 활동하는 그의 사진 속에는 사물과 빛, 시간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 배우'들로서 자신만의 장면을 연기한다.

"프레임 속 장면을 만드는 시간이 99%라면,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1%에 불과합니다. 사진은 내가 오브제를 설치하며 느낀 공간과의 동질성, 시간성을 한순간에 폭력적으로 압축해버리지만, 오히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그 이질적인 결과물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공연과 설치 작업을 병행하며, 사진 프린팅에 대해 좀 더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작가의 개인전 '보이지 않는 배우들'은 갤러리 팔조(대구 수성구 들안로13일 66-6)에서 오는 10일까지 이어진다. 갤러리 팔조 관계자는 "그의 작업은 공간과 사물, 빛, 시간에 대한 섬세한 탐구에 초점을 맞춘다"며 "작품을 통해 사물과 공간, 시간의 미묘한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경기도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전시했으며 KT&G SKOPF, SeMA 신진작가 선정, 송은미술대상 본선에 진출한 바 있다. 독일 루드비히 미술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