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2부 배형욱
경북 포항시의회가 2026년도 포항시 예산안 심사에서 한동대학교의 '글로컬대학30' 관련 사업비 104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교육부로부터 1천억원의 국비를 확보하며 출발한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시비 지원 '제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포항시의 행정적 실책이다. 시가 의회의 사전 동의 없이 10년간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확약서를 교육부에 먼저 보낸 점은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시한 절차적 결함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단순히 행정과 의회의 갈등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의회가 내놓은 세부 검토 의견서에는 한동대 글로컬 사업이 왜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했는지에 대한 지적들이 담겨 있다.
의회 심의 과정에서 드러난 사업 계획은 구체성이 떨어졌다. 검토 의견서에서 확인된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시 사업들과의 중복성이었다. 한동대는 '지역 주민의 글로벌 시민화'를 위해 6억원을 요구했으나 이미 포항시 식품산업과에서 유네스코 창의도시 관련 예산을 편성한 상태였다. '글로벌 인프라 고도화'에 포함된 철길숲 외국어 안내 등도 이미 그린웨이추진과 사업들과 겹친다. 특히 4억원이 책정된 '지역 기업 글로벌 진출 지원' 사업은 테크노파크(TP) 등 유관 기관의 기존 사업과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대학이 다시 하겠다며 예산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의회의 판단이다.
사업의 구체성 결여와 사유화 논란도 공감에 걸림돌이 됐다. 도심 캠퍼스를 짓겠다는 '파랑뜰 로컬 캠퍼스' 사업은 어디에 건물을 빌릴 것인지조차 명시하지 못해 부지 계획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15억원을 들여 구축하겠다는 'HOPE 플랫폼' 역시 지역사회 전체보다는 대학 내부 시스템 고도화에 치중되어 있다는 의심을 샀다. 핵심 사업인 50억원 규모의 'AI 가속기 구축' 또한 바이오와 배터리 등 부서별로 산재한 유사 사업과의 통합 관리 방안이 미비하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세금을 특정 대학의 내부 시스템 개선이나 모호한 장비 구축에 써야 한다는 명분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한 셈이다.
무엇보다 한동대가 돌이켜봐야 할 대목은 지역과의 정서적 거리이다. 그동안 한동대는 포항에 위치하면서도 지역사회와 동떨어진 섬 같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글로컬 사업 역시 대학 주도의 거대 담론만 무성했을 뿐 정작 시민들이 체감할 실무적 고민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 가속기 구축이나 글로벌 진출 지원 같은 사업들이 지역 민생과 어떤 접점이 있는지 시민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대학이 지역을 살리겠다는 구호가 대학의 몸집을 키우기 위한 태도로 비치지는 않았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글로컬대학 사업의 핵심은 지역(Local)과 세계(Global)의 결합이다. 지역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사업은 세계로 나갈 수 없다. 이번 전액 삭감은 포항시의 행정적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한동대는 왜 시의회가 수많은 사업에 '모호하다'거나 '중복된다'는 꼬리표를 붙였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삭감된 예산은 예비비라는 이름으로 금고에 갇혔다. 이를 꺼낼 열쇠는 공감에 있다. 한동대가 문턱을 낮추고 시민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진정성 있는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1천억원의 국비는 그림의 떡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진정한 글로컬의 시작은 상아탑 안이 아니라 시민의 마음을 얻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