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주인 노예 남편 아내
우일연 지음/ 강동혁 옮김/ 드롬 펴냄
1848년 12월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 자유를 갈망하던 흑인 노예 부부 엘렌과 윌리엄 크래프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탈출을 감행한다.
피부색이 밝은 아내 엘렌은 머리를 자르고 녹색 안경을 써서 '병약한 백인 남성 주인'으로 변장하고, 남편 윌리엄은 그를 보필하는 '충직한 흑인 노예'로 위장한 것이다.
그들이 선택한 탈출 루트도 남달랐다. 어둠을 틈탄 도주가 아닌, 당당하게 기차와 증기선, 최고급 역마차에 올라탔다. 그것이 그들의 전략이었다. 가장 대담하게, 가장 백인답게 행동하는 것.
하지만 위기는 수없이 찾아온다. 기차 출발을 앞둔 그들 앞에 그들의 진짜 주인이 나타나고, 악명 높은 노예 상인을 맞닥뜨린다. 숱한 위기와 예상치 못한 도움을 받으며 목숨을 건 여행을 하는 두 사람. 북부 필라델피아까지, 자유와 희망을 향한 부부의 얘기가 펼쳐진다.
'주인 노예 남편 아내'는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과 '타임' 필독서로 선정되며 관심을 모았다. 더욱 화제가 된 것은 지은이가 이 책을 통해 한국계 작가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기 때문.
우일연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 보스턴에서 건축가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자랐다. 예일대학교에서 인문학 학사,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주인 노예 남편 아내'는 '위대한 이혼'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책이다.
퓰리처상 위원회는 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인종, 계급, 차별을 이용한 풍부하고 놀라운 서사"라는 평을 남겼다.
미국 문학계에서 노예제와 남북전쟁은 지금껏 백인 주류 역사학자나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들과의 성역과도 같은 분야였다. 그러나 우 작가는 이 견고한 경계를 무너뜨리고, 인종과 계급이라는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를 제3자의 시선으로 재조명했다.
특히 이 얘기는 허구가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모든 묘사와 인용문, 대사에는 크래프트 부부가 직접 쓴 1860년 기록인 '자유를 향한 1천마일'을 비롯한 출처가 있다.
미국 노예제 역사상 가장 치밀하고 대담한 탈출 실화로 꼽히는 이 얘기에 작가는 철저한 고증과 소설적 긴장감으로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그는 "이 얘기는 미국 이상의 무언가를 다룬다. 그것은 한국인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보편적 주제인 '불의에 대항한 투쟁'이다"라고 말한다. 가장 미국적인 주제를 한국계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특별하게 보일 수 있으나, 결국 어떤 역사를 경험하는가와 무관하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얘기라는 것이다.
결국 작가의 말은 "단순히 미국의 역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로 분열된 국가와 민족에 관한 얘기이자, 억압을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얘기"다.
무엇보다 작가는 크래프트 부부가 당대에 제기했던 모든 문제는 지금도 유효하고, 그렇기에 그들의 얘기 같은 역사가 오늘날 큰 울림을 준다고 말한다. 혐오와 차별이 다시금 고개를 드는 21세기에, 약 200년 전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모든 것을 걸었던 두 사람의 여정은 진정한 연대와 사랑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책은 보통 소설책 두 권을 합한 정도로 꽤 두꺼운 편이지만, 크래프트 부부가 집을 탈출해 기차를 타고 메이컨을 떠나는 첫 장부터 새로운 땅에 입을 맞추고 자유의 삶을 찾는 마지막장까지 긴장감 있게, 단숨에 읽어내게 된다.
크래프트 부부를 비롯해 등장인물들의 실제 모습 등도 수록돼있는데, 이런 얘기가 지금껏 왜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문일 정도로 흥미롭게 읽힌다. 688쪽, 2만2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