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반도체 대형주 강세 속에 올해 76% 급등
국내 증권사, 코스피 밴드 상단 최대 5500대까지 예측
기업 실적 성장·유동성·증시 부양정책에 상반기 상승 흐름 예상
하반기 인플레이션 부각·기업 이익 둔화 가능성 … "전략 차별화 필요"
코스피가 AI(인공지능) 반도체 대형주의 강세 속에 올해 76% 급등하면서 역대급 불장(Bull Market·강세장)을 이어간 가운데 내년 역시 상승랠리가 기대된다. 연일 높아지고 있는 실적 전망과 풍부한 유동성 바탕으로 새해에도 상반기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0일 코스피는 4214.17로 마감했다. 지수는 지난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대를 돌파한 뒤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올해 코스피 연간 상승률은 75.63%(1814.68포인트)에 달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치이자, 원화 강세와 3저 호황이 나타났던 1987년(93%)과 IT(정보기술) 버블 시기인 1999년(83%) 다음으로 역대 상승률 3위다.
올해 코스피는 대형 반도체 강세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한 해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24.53%, 280.26%씩 급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30일에도 나란히 장중 사상 최고가를 기록, 각각 11만9900원과 65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의 올해 성적은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었다. 코스피가 75% 넘게 오를 동안 미국 S&P500은 17.41%, 나스닥종합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는 각각 21.56%, 13.9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일본 닛케이255 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26.18%, 29.44% 상승했고, TSMC가 포함된 대만 자취엔 지수는 22.57% 올랐다.
코스피 상승률엔 못 미쳤지만 코스닥도 동반 상승했다. 코스닥 지수는 연초 686.63에서 이날 925.47로 올라 35.2% 상승, 글로벌 증시에선 수익률 3위를 기록했다. 코스피(3321조6943억원), 코스닥(499조2415억원)을 합산한 전체 시가총액은 3820조9358억원으로 집계돼 국내 증시 전체가 40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뒀다.
◆증권가 "반도체 강세에 코스피 5500까지 간다" … 상고하저 흐름
시장에서는 올해 코스피가 급등한 흐름을 이어받아 내년에도 강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코스피 밴드 상단은 최대 5500까지 열려 있다. NH투자증권으로 4000∼5500, 현대차증권 3900~5500, 대신증권 4000~5300, 메리츠증권 3820~5090, LS증권 3900~5000, 신한투자증권 3700~5000, KB증권 3800~5000, 하나증권 3750~4300, 상상인증권 3900~4500, 등을 제시했다. 대부분 증권사가 지수 상단을 5000대까지 열어뒀다.
이러한 낙관론이 제시되는 건 유동성이 풍부하고, 반도체 업종 등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Fed·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내년 상장사들의 실적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30조1326억원으로 세 달 전보다 22.47% 상승했다. 연말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1배로, 올해 하반기 평균 PER 10.7배보다 완화됐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실적 추정치가 빠르게 상향되며 지수의 추가 상승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에도 증시 부양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책·제도 변화가 맞물려 상승 흐름에 무게가 실린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이재명 정부 정책에 대해 점차 신뢰감을 보이고 있다. 내년은 이재명 정부 2년 차로 정책 여력이 최고조에 해당할 것"이라면서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3차 상법 개정 등이 나타나면 코스피 재평가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업종을 꼽았다. 내년 AI 반도체를 넘어 D램 등 메모리 반도체까지 수요 초과 상황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수출에 그린 라이트가 켜졌다"며 "올해 4분기보다 개선될 전망으로, 반도체 수출 경기 호조세가 국내 수출 경기를 이끌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하반기 기업 이익 둔화 가능성, AI 버블론, 인플레이션 재부각, 원·달러 환율에 의한 외국인 이탈 등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하나증권은 "내년 상반기 증시 강세 이후 기준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유동성 증가율 정점 통과로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AI 버블 우려가 확산하면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업종별로는 상반기와 하반기 전략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에 힘이 실린다. 상반기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대형주를, 하반기에는 증시 변동성에 대비해 배당주와 내수주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제시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수출 대형주와 성장주가 유리할 것"이라며 "상반기를 지나면 물가, 통화 정책 입장 변화를 체크하며 수출주, 성장주 비중 축소를 고려해야 한다. 내수주, 배당주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이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