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연초부터 지난 지방선거에서의 '공천헌금' 사건이 터지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말이 헌금이지 그냥 돈을 주고 공천권을 샀다는 말이다. 생생한 녹취록이 연일 전파를 타면서 터진 공천 부패 사건은 민주적 정당의 기반을 흔들 만한 메가톤급 이슈였지만 당원 게시판 사건으로 시끄러운 국민의힘 덕분에 경상만 입고 탈출할 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을 명분으로 기획예산처 장관에 지명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의 슈퍼 갑질과 부동산 투기 의혹은 그가 국민의힘 출신 3선 의원에 7번이나 공천을 받았던 사람이니 국민의힘의 내상이 훨씬 더 컸을 것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통합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지명 철회해 제스처만으로 민심도 얻고 부적절한 인사(사법시험 동기, 자신을 변호한 사람에 대한 보은)에 대한 비판도 잠재울 수 있었다.
선거는 조직, 인물, 바람으로 판가름 난다고 한다. 전국적 조직의 측면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체로 엇비슷하지만 가장 유권자가 많고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은 크게 밀린다. 배신자 프레임과 당원 게시판 사건으로 내홍에 빠진 국민의힘은 이길 수 있는 후보들을 스스로 배제한 채 처절한 패배를 맛보게 될 것이다.
강원은 여당 지지 성향이 높은데 선거가 다가오면서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많은 공약을 선점한 민주당이 유리한 상황이다. 충청은 이미 행정 통합 이슈를 선점한 민주당이 선도적으로 치고 나간 모양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효과로 의외로(?) 선전한 부산·울산·경남에서는 통일교 사건이 터졌음에도 지지율을 역전시키지 못한 국민의힘이다. 해수부 연내 이전 약속을 지킨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졌고, 지역 경제와 관련한 굵직한 공약을 던져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 절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의원직을 사퇴하고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일부 장관이나 핵심 참모들도 지방선거에 차출되거나 스스로 임기가 보장된 선출직으로 나갈 것이다. 자연스럽게 보궐선거가 늘어나 이번 지방선거는 미니 총선급으로 격상된다. 선거 전에 대부분의 '내란' 재판의 1심 판결이 나오면서 12·3 비상계엄과 그로 인한 경제적 고통의 악몽을 반복적으로 되새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역화폐를 비롯해 현금 살포 전략을 집중적으로 구사해 표를 확보할 것이고,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이를 환영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것이다. 서민 유권자들에겐 커가는 국가부채 걱정보다 당장의 호구지책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6·3 지방선거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서울시장과 25개 구청장 선거의 결과는 유권자의 견제 심리가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여전히 조직력이 강한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젊은 층이 가장 많이 사는 경기도는 국민의힘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이준석이 이끄는 개혁신당과의 후보 단일화 없이 경기도의 승리는 불가능하다.
국민의힘이 이런 암울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역전시키려면 하루라도 빨리 당내 내홍부터 정리해야 한다. 익명의 당원 게시판 사건을 가지고 한동훈계를 말살하려는 헛된 노력은 애당초 하지 말았어야 했다. 유승민, 이준석 등 흩어진 보수들을 대통합하지 않으면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경북 일부 지역조차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보게 될 것이다.
보수 통합을 이룰 가장 중요한, 어쩌면 유일한 방법은 공천 혁명이다. 당 내외 모든 정치세력이 합의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민주적 공천 결과에 모두가 승복할 때, 비로소 민주당과 한번 해볼 만한 승부를 겨룰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번 지방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그냥 지방 권력까지 민주당과 이재명에게 바치기로 결의하고 그 밑으로 들어가 작은 자리라도 바라는 것이 어떻겠나.
공자는 '곤이불학(困而不學)이면 사민지하(士民之下)'라 했다. 곤궁에 처해 보고도 그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도부의 갈등과 분열로 선거마다 패했던 국민의힘이 또다시 이를 반복한다면 정치할 자격이 없음은 물론, 인간도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