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30일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면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하나의 의혹이 확대 증폭돼 사실처럼 소비되고 진실에 대한 관심보다 흥미(興味)와 공방(攻防)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도덕적 비난과 불찰에 대한 책임은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범죄 혐의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김 전 원내대표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解明)이나 설명은 전혀 하지 않았다. 김 전 원내대표가 민주당 원내대표직을 사임했지만, 그와 그 가족 관련 각종 비리·범죄 의혹(疑惑)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관련 의혹은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및 특혜성 의전 요구, 쿠팡 대표와 수상한 오찬, 배우자 동작구의회 법인카드 불법 사용, 장남 국정원 채용 청탁, 차남 숭실대 편입 및 빗썸 채용 등 나열하기조차 숨 가쁠 정도이다.
김 전 원내대표와 그 가족이 경찰에 고발(告發)된 것만도 7건이 넘는다. 특히 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 후보자로부터 1억원을 전달받자 당시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 전 원내대표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녹취록은 충격적이다. "의원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는 강 의원의 호소에 김 전 원내대표는 "일단 돈부터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다음 날 거액의 금품을 제공한 그 후보자가 민주당의 단수 공천을 받았다. 공천 뇌물(公薦賂物)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정황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사퇴) 결정은 제 책임을 회피하고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린 후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제 의지"라고 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진정성을 인정받고 싶다면 당장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미진할 경우 특검이라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당당히 밝히는 것이 옳다. 경찰 역시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