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보통신망법에 이어 언론중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사설·칼럼에도 반론보도(反論報道)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언론의 비판 기능은 약화되고, 권력자는 법을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내년 1월 중 처리하려고 한다. 언론의 책임이 과다하게 방기(放棄)돼 있으니, 책임을 지는 언론 문화를 만들겠다는 게 법 개정의 취지라고 한다. 그러나 '언론의 책임'이 여당 입맛대로 규정돼선 안 된다. 민주당은 개정안 발의(發議) 전부터 의견 보도까지 반론·정정보도 대상으로 삼아, 비판적인 언론을 압박했다. 최근 6개월간 민주당이 언론중재위원회에 111건을 제소했는데, 이 중 27건이 사설 등 의견 보도였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에 집요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개정안은 반론보도청구권에 '사실 관계에 관한 내용에 한정하지 아니한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했다. 사설·논평에도 반론보도 청구를 가능토록 한 것이다. 또 언론 중재(仲裁) 과정에서 필요시 편집·취재 기록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언론의 금과옥조(金科玉條)인 '취재원 보호' 원칙을 무너뜨리는 조항이다. 개정안은 허위 보도에 '본래의 의미와 달리 오인토록 변형된 정보'라는 개념도 도입했다. 정치인이 자신의 말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는 이유로 언론사를 제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설·논평에 대한 반론보도 청구 허용은 명백한 '언론 자유' 침해다. 현재 판례(判例)는 반론의 대상을 '사실적 주장'에 국한한다. 가치 판단의 표현으로 대상을 확대하지 않음으로써 언론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다. 사설·논평과 이를 둘러싼 공론(公論)은 여론 형성 과정이다. 개정안은 이런 민주적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이다. 언론의 감시 대상인 여당이 언론 정책에 과다하게 개입하는 것도 옳지 않다. 민주당은 "어느 누구도 반대자를 침묵시킬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 존 스튜어트 밀의 경고를 모르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