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이혜훈 배신자로 몰아세우지 말아야…저주해서 무엇을 얻겠나"

입력 2025-12-29 19: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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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이 지명된 것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이 지명된 것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8일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을 지목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이 전 의원을 제명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등 강도 높은 압박에 들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라 떠난 이유부터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 모두 발언에서 "이 전 의원은 20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리고 결국 강을 건넜다. 우리는 그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며 "거국 내각은 보통 정권 말기의 레임덕 국면에서 등장하는 유화책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이런 파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감의 발로"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반면 보수 진영은 그동안 내부 동질성 강화만 외쳐 왔고, 이제 더 이상 외연 확장이 불가능해졌다. 보수는 닫혀가고, 민주당은 열려가고 있다"며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 '일제 부역과 다름없다'는 격한 비난까지 쏟아졌다. 탈영병의 목을 치고 배신자라 손가락질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은 이 전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국민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여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며 "누군가 등을 돌렸다면, 왜 떠났는지 그 이유를 살펴야지 떠난 사람을 저주해서 무엇을 얻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 담론이 저급해진 원인은 상대를 감옥에 보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검찰주의적 사고방식에 있다"며 "정책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니, 결국 상대를 감옥으로 보내는 데만 몰두했고,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이제 남은 것은 저주뿐"이라고 말했다.

이혜훈 후보자를 향해서는 "소신대로 예산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해 보라고 주문하고 싶다"며 "대통령이 그 소신을 받아들일 배포가 있느냐에 따라 이 후보자의 이번 선택이 옳았는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선심성 낭비재정을 막아내고, 자신의 역량을 직접 증명해 보시라"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에게 아부하거나 그 정권에 부역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제가 아무리 개인적으로 가까워도 정치인으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그때는 저도 이 후보자를 향해 가차 없는 비판을 퍼부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보수 진영의 3선 의원 출신인 이 전 의원을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그동안 '정부의 비효율적인 지출은 독(毒)'이라며 확장 재정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