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생리불순·난임' 불러오는 비만…10%만 감량해도 회복

입력 2025-12-3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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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마운자로 등장으로 비만 치료 혁신
근육 감소·호르몬 변화 등의 부작용…생활습관 개선이 필수

여성 비만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여성 비만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면서 비만이 정복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비만은 단순한 체중 증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만성 대사질환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팬데믹 질환(pandemic disease)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비만이 생리 불순, 난임 등 생식 기능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고, 임신 중에는 산과적 합병증 발생 위험까지 높아져 반드시 관리해야하는 질환이다.

◆ 비만 여성은 생리 불순·난임·유산률 증가

비만의 핵심 요인은 에너지 섭취량과 소비량의 불균형이다. 현대 문명은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었으나, 동시에 신체 활동량을 현저히 감소시켰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TV 조작이나 전화 통화를 위해 직접 움직여야 했으나, 현재는 리모컨과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이러한 활동이 거의 사라졌다. 하루 평균 20회의 통화를 위해 약 400m를 이동한다고 가정해보면, 스마트폰 사용 이후 인류는 연간 약 146㎞의 보행량 감소를 경험하게 된다. 보행 1시간당 110~200kcal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변화는 연간 0.5~1㎏의 체중 증가,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첨단 문명의 발달이 역설적으로 비만의 주요 환경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비만은 생리주기, 배란, 임신 등 여성의 생식기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체중 또는 비만 여성에서는 생리불순, 배란 장애, 무월경, 난임 및 유산률 증가가 흔히 동반된다. 또한 임신 중 당뇨, 임신성 고혈압, 조산, 거대아 분만 등의 산과적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진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병태 생리에는 인슐린 저항성이 있다. 체내 지방 증가로 인해 인슐린 감수성이 저하되면 고인슐린혈증이 발생하고, 간에서 성호르몬 결합 글로불린(SHBG) 합성이 감소하여 혈중 유리 테스토스테론(활성하는 남성 호르몬) 농도가 상승한다. 그 결과 다모증, 여드름, 다낭성 난소증후군 등의 임상 증상이 나타나며 난포 발달과 배란이 저해되어 무월경 및 난임으로 이어진다. 복부 비만은 특히 다낭성 난소증후군의 주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체중을 5~10%만 감량해도 배란과 생리주기가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비만치료제 효과적이지만 생활습관 개선 필수적

이런 비만 치료에 혁신이 등장했다. 바로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 계열의 약물이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이 체중 감량 효과 및 대사 개선 효과를 보이는데, 일부 연구에서는 체중의 20% 이상 감량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구(먹는) GLP-1 계열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며 또 다시 비만 치료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기존 주사형 치료제는 뛰어난 임상 효과에도 주사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 냉장 보관과 투여 과정의 번거로움, 장기 치료에 따른 피로감 등이 확산의 제약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반면 하루 한번 복용하는 알약은 투여가 간편해 주사 치료를 망설이던 수요층까지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만 치료제만이 비만으로 인한 여성 건강 회복의 정답은 아니다. 실제로 비만 치료제 투여 이후 급격한 근육 감소와 호르몬 변화로 인해 여성 생식 문제와 골반저근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도 보고되고 있다.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하면서 근육이 크게 감소하고, 여성의 골반저근 등에도 손상을 입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요실금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고용량 사용 시 위장관 부작용 및 고비용 등의 한계가 있어 전문의 상담 후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비만 치료제를 통해 체중을 감량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생활습관 개선을 필수적다.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을 기반으로 한 장기적 관리가 필요하다.

비만은 단순한 체중 증가가 아닌 전신 대사질환이자 생식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자이다. 여성의 경우 체중을 약 10%만 감량하더라도 생리주기 및 배란 기능이 개선되고 자연 임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여성의 생식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도움말: 이택후 곽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