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협박·폭행 못 이겨 숨진 10대…장례식장에서 밝혀졌다

입력 2025-12-29 15:18:32 수정 2025-12-29 15: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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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금전 갈취·감금 정황 뒤늦게 드러나
장례식장 증언으로 수사 재개… 가해자 구속기소

대구지검 안동지청 전경. 매일신문DB
대구지검 안동지청 전경. 매일신문DB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됐던 10대 청소년이 또래의 협박과 폭력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19일 오전 경북 안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A군(16)이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학교를 자퇴했었다. 경찰은 외부 범죄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장례식장에서 A군의 친구들이 유가족에게 "선배로부터 지속적인 협박과 폭행을 당해왔다"고 전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친구 9명이 작성한 진술서에는 반복된 폭행과 금전 갈취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겼고, 이를 토대로 유가족이 진정을 제기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경찰 수사 결과, 가해자는 한 살 위 선배 B(17) 군으로 밝혀졌다. B군은 중고 오토바이를 시세보다 비싸게 넘기며 사실상 강매했고, 대금 문제를 빌미로 위협과 폭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돈을 마련하지 못할 때마다 신체적 폭력이 반복됐고, 한 차례는 숙박업소에 머물도록 강요한 채 폭행이 이뤄진 정황도 확인됐다.

대금을 모두 지급한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B군은 연체를 이유로 추가 금액을 요구했고, A군은 폭력을 피하기 위해 주변에 돈을 빌리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이 과정에서 A군이 건넨 금액은 5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 직전에는 무면허 운전으로 오토바이가 압류되면서 생계 수단도 끊긴 상태였다.

경찰은 지속적인 위협과 압박 속에서 A군이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망 당일 새벽, A군이 지인과 통화하며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는 말을 남긴 사실도 확인됐다. 이후 휴대전화 분석과 목격자 진술을 통해 경찰은 폭행·협박·공갈·감금 혐의를 입증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검찰은 B군을 구속기소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