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꿈꾸는 시] 김연화 '압화'

입력 2026-01-1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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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동서문학상 시부문' 수상…2013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초록나비' 숲해설가…대구작가회의, 대구시인협회 회원

김연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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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화〉

여수 동백숲 휜 길을 지나온 늑골 안에는

파도치는 바다가 살고 있었다

동백꽃 송이째 따서 꽃잎에 이른 이랑을

헤다가 길을 잃어버렸다

한 잎 두 잎 되살아나는 책갈피 속

소금기 밴 기억의 무게에 짓눌린 나날들

물기 증발한 그리움으로 설레다가

속절없고 그립다가 덧없는

동백의 빛깔을 바다는 헤고 있을까

오랜 세월 짓눌려야만

아름다운 무늬로 되살아 남은

책갈피 넘기는 흰 손은 알고 있을까

하늘과 땅의 경계를 지우며

폭설이 퍼부어 대는 지금

동백 숲 건너온 바람을 저며 차린

저녁 밥상 앞에 그대 목소리 지운다

이제 야위어진 가슴에 일렁이는

홍잣빛 동백 꽃잎 아닌 나는,

김연화 시인
김연화 시인

〈시작 노트〉

눈 내리는 날 야생 동백꽃 우거진 숲길 걸으며 눈 속에서 들리는 빗소리를 듣습니다. 천지간 안개 자욱한 원시의 나라에서 야생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