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공구 골목에 들어선 비비드한 미식 공간 수비드 살치살에 더한 생강 소스의 '킥'… 가성비까지 잡았다
대구 중구 북성로.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 온 공구 상가와 적산가옥이 혼재된 이 거리는 투박하고 거칠다. 기름 냄새와 쇠망치 소리가 익숙한 이 회색빛 골목에 최근 낯선 미식(美食)의 결절점(Node)이 생겨났다. 지난 12월 10일 문을 연 캐주얼 다이닝 '노드(NORD)'다. 낡은 것과 새것이 교차하는 북성로에서, 노드는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독창적인 소스로 미식가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 공간:투박한 거리 위, '비비드'한 반전
가게 문을 열면 북성로의 묵직한 공기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4개의 테이블이 놓인 내부는 아담하지만, 원색의 비비드한 컬러를 과감하게 사용하여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캐주얼 다이닝'이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격식은 덜어내되, 오픈형 주방을 통해 셰프가 요리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음식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 연인이나 소규모 모임에 적합한 프라이빗하고 활기찬 분위기다.
◇ 맛:익숙함 비틀기, 생강과 토마토의 변주
노드의 메뉴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한 끗 차이의 '디테일'로 승부한다. 대표 메뉴인 '수비드 살치살 스테이크'는 조리법의 정석을 보여준다. 저온 조리(수비드)로 육즙을 가둔 살치살은 겉면을 바삭하게 구워 식감을 살렸다.
주목할 점은 곁들임 소스다. 흔한 스테이크 소스 대신 '생강 퓨레'를 내놓았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생강의 매운맛은 잡고, 은은한 향만을 남겨 고기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생강 향이 고기의 풍미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뒷맛을 완성한다"는 것이 방문객들의 주된 평가다.
파스타 메뉴인 '포모도로' 역시 평범하지 않다. 진한 토마토소스 파스타 위에 리코타 치즈를 얹어 낸다. 처음에는 토마토 본연의 산미를 즐기다, 치즈를 섞으면 로제 파스타처럼 부드러운 맛으로 변한다. 하나의 메뉴로 두 가지 맛의 층위를 경험하게 한 셰프의 기획력이 돋보인다. 식전 입맛을 돋우는 샐러드와 포카치아를 곁들인 어니언 스프 또한 기본기가 탄탄하다.
◇ 가치:고물가 시대의 '합리적 미식'
최근 외식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노드는 '가성비'라는 미덕까지 갖췄다. 파스타류는 1만 원대 초반, 스테이크는 2만 원대 후반으로 책정됐다. 대구역과 중앙로역에서 도보로 접근 가능한 입지 조건까지 더해져, 합리적인 가격에 완성도 높은 양식을 즐기려는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성로의 겨울밤, 오래된 골목의 정취와 현대적인 미각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노드'는 후회 없는 선택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