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6개월 연속 상승, 수입물가·소비자물가 연쇄 반응
기름값·외식비·분양가까지 인상 압력…지역 경제 체력 시험대
원·달러 환율이 반년 가까이 오르며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면서 그 충격파가 서민 생활과 지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파고들고 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낮 12시 25분 현재 전 거래일대비 4.20원 오른 1,480.50원에 거래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급등했던 연중 최고치 1,484.1원에 육박한 수준이다. 지난 6월 새 정부 출범 기대 속에 1,352.6원까지 내려갔던 환율은 이후 방향을 틀어 9월 1,400원 선을 재돌파했고, 6개월 연속 상승 흐름 속에 사실상 1,470원대 고착 국면에 들어섰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수입 원가 부담이 커졌고, 이 영향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옮겨붙고 있다. 전형적인 고환율발 물가 상승 국면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지난 8월 1.7% 수준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2.1%, 10월 2.4%로 확대된 뒤 지난달에도 2.4%를 유지했다. 특히 먹거리와 에너지, 주거비 등 생활물가 상승률은 평균치를 웃돈다.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큰 서민 가계일수록 체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구경북 등 지역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 신매시장 인근에서 장을 보는 주부 홍모 씨(31)는 "장바구니에 담는 품목이 점점 줄고 있다. 환율 뉴스는 멀게 느껴졌는데 계산대 앞에서는 바로 체감된다"고 말했다.
수입 식재료 의존도가 높은 외식업계도 한계에 몰리고 있다.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으면 영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외식비 인상은 다시 가계 부담으로 돌아온다.
여기에 기름값 상승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성에 고환율이 겹치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년 새 큰 폭으로 뛰었다. 출퇴근 비용과 물류비가 동시에 오르면서 자영업자와 중소 상공인의 비용 압박이 커지고 있다.
건설 현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철근과 시멘트, 각종 마감재 등 주요 자재 상당 부분이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고환율은 곧바로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분양가 인상 압력으로 전이되고,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의 부담을 키운다. '미분양 무덤'이라는 대구경북조차 신규 분양가가 쉽게 내려오지 않는 배경에도 환율과 원가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환율이 길어질수록 충격이 불균등하게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대기업이나 자본 여력이 있는 계층은 일정 부분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와 자영업자, 저소득층은 방어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