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 2년 건립 명문·190자 기록 남아…사회·군사·향촌사 연구 가치 인정
경북 예천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이 국보로 승격됐다. 고려시대 석탑 가운데 건립 연대가 명확하고, 방대한 명문을 통해 당시 사회·군사 제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
19일 예천군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이날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을 국보로 지정·고시했다. 이번 국보 지정으로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고려시대 석탑을 대표하는 국가적 문화유산으로 공식 위상을 갖추게 됐다.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전체 높이 4.3m, 건축면적 6.4㎡ 규모의 고려시대 석탑으로, 통일신라 석탑 양식을 계승한 신라계 석탑이다. 2층 기단 위에 5층의 탑신을 올린 구조다. 고려 현종 2년(1011)에 건립됐다는 명문이 남아 있어 건립 연대가 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이 석탑의 가장 큰 가치는 기단 갑석 하단과 면석에 새겨진 190자의 명문이다. 이 가운데 188자가 판독 가능해, 고려시대 석탑 가운데 가장 많은 분량의 명문을 보유한 사례로 꼽힌다. 명문에는 석탑의 건립 시기뿐 아니라 광군(光軍)이 동원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고려 초기 군사 제도의 성격과 조직 운영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미륵향도와 추향도 등 통일신라 향도를 계승한 지방 향촌 조직의 모습도 확인된다. 고려 초기 지역 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역사·사회사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건축사적 가치도 높다. 통일신라 석탑의 전형인 이층기단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1층 탑신 받침석을 추가하는 등 고려시대 석탑으로 이행하는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통일신라에서 고려로 이어지는 석탑 양식 변천을 보여주는 표지적 작품이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발굴·시굴조사에서는 개심사지의 실체가 확인됐다. 또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유구층도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석탑의 기초 구조가 건립 당시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도 밝혀졌다.
석재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 기단부·탑신부·옥개부 등 총 29개 부재가 모두 동일한 역질사암으로 확인됐다. 건립 이후 부재 교체 없이 원형이 유지돼 왔음을 입증한 것으로 석탑의 재료적 진정성과 완전성을 뒷받침한다.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의 국보 승격은 고려시대 석탑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자, 예천을 상징하는 국가적 문화유산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한다.
예천군 관계자는 "개심사지 오층석탑의 국보 지정은 예천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국가적으로 공인된 뜻깊은 성과"라며 "고려시대 사회와 군사, 향촌 문화를 생생히 전하는 이 문화유산을 국보에 걸맞게 보존·관리해 후손들에게 온전히 전하겠다"고 말했다.





